나는 비로소 내가 되겠지만, 그 나란 얼마나 보잘것없는가? 하지만 망설이기만 한다면 내 뒤에 쌓이는 날들은 나를 더 늦고 무모하고 무책임하게 만들 터였다. 배를 끌어 올릴 때 그랬듯, 운명에 맡겨야 할 것은 운명에 맡겨야 했다. 내가 해야 할 것은 내가 하고, 나머지는 담대하게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 나는 내 인생을 완전히 망쳐버릴 수도 있었다. 앞길은 보이지 않는 것
나는 내 젊음을 고생스럽게 써서 내가 늙어서도 잘할 수 있는 것을, 익힘이 되고 경험이 돼 젊은 사람은 결코 할 수 없을 만큼 잘할 수 있는 것을 찾고 해내야 했다. 내 젊음과 노력, 삶에 대한 애착을 모두 쏟아부어 할 일이라는 것이 있다면 나는 늙어서도 소일거리를 찾지 않을 것이다. 나보다 젊은 사람의 피를 빨아 젊음을 유지하려 는 괴물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가는 곳이 어느 회사, 어떤 나라라는 것에 얽매이는 대신 몰락에서 비켜서기 위해, 썩어가는 누운 배가 되지 않기 위해 내가 할 것은 결정이었다. 회사원이 돼야 한다는, 어떤 회사라도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는 것에서 벗어나 내가 내 인생을 결정한다고 할 때, 바로 그 결정이었다. 가슴이 탁 트인 듯 들이쉰 숨은 한숨으로 잦아들었다. 덜덜 떨리면서도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
"그 사람들은 정녕 늙지 않았습니다. 어떤 물건들은 골동품이 되듯, 그 사람들도 다른 어떤 사람이 되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수많은 사람이 사람으로 남지 못합니다. 대리든 과장이든 차장이든 또 사장이든, 어떤 것이든 되지만 대부분 사람으로는 남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 뱃사람들은 사람이었고 사람으로 남았습니다. 내가 부르고 기억하는 건 사람입니다. 사람이 사람만큼
그 사람들은 늙어 보였다. 조각칼로 파낸 것처럼 골 진 이마, 녹슨 쇠처럼 그은 살갗, 수십 년 바닷바람이 빗고 털고 말렸을 성긴 머리숱, 핏줄이 불거졌지만 굵지는 않은 팔뚝. 하지만 늙은 것은 아니었다. 나이가 들어 색이 엷어진 홍채는 먼 곳을 잘 볼수 있었고 옹이 진 관절은 바람이 바뀌고 바다가 뒤집히는 것을 일기예보보다 정확하게 알았다. 손이 더뎌도 낭비가 없었기 때
황 사장이 일갈했다. " 정말, 화가 납니다, 화가 나! 어떻게 자신의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모르고,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전망도 의지도 없이 말하고 대처할 수 있습니까? 왜 사실에 기초해 생각하고 판단하지 않고 해오던 방식대로, 편한 대로 결정하려고만 듭니까? 왜 여러분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 또 여러분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습니까? 왜 우리가 다다를 수 있
모든 것이 올바른 목표가 그리는 순환 속에 있습니다. 그 순환에서 벗어나 있다면, 단지 벗어나 있는 게 아니라 순환을 깨는 겁니다. 진화하지 않는다는 건 퇴행이고, 똑바로 하지 않았다는 건 단지 똑바르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잘못했다는 겁니다. 말이 파놓는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합니다. 중간은 없고 유보도 없습니다. 모든 것이 더 좋아지거나 더 나빠질 뿐입니 다. 이
책임을 진다고 하지만 사실 책임이라는 걸 누가 온전히 질 수 있습니까? 흘러버린 시간을 되돌릴 수 없듯, 책임은 지겠다고 하는 순간 이미 지나가버립니다. 책임은 나중 일이고 실은 허울이나 다름없습니다. 감독이 그만둔다고 망해버린 시즌이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실행과 역할을 찾고 그 역 할에 걸맞은 사람을 뽑고 그 사람들 발목을 잡은 불필요한 사람을 솎아내는 게 감독, 즉
결국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과거입니다. 이미 일어나고 지나간 것을 어떻게 바꾸는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할 테지만 나는 다르게 봅니다. 과거야말로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겁니다. 링 위에서 똑바로 못 했다면 이유가 뭐겠습니까? 링에 오르기 전까지, 링 밑에서 똑바로 안 했기 때문입니다. 현재를 견디고 헤쳐나가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과거, 되레 우리 발목을 잡고 억
예전에 우리말로 배를 짓는다고 하지 않고 배를 모둔다고 말했습니다. 모둔다는 말은 모둠 지어 끌어온다는 뜻입니 다. 모둔다, 이 말만큼 조선을 쉽고 분명하게 내 마음에 각인하는 말은 없습니다. 모둔다는 것은 이것저것을 끌어다 놓는 것과 다릅니다. 보기 좋게, 쓰임에 맞게, 그것이 하나로 어울려 각각의 이름이 아니라 모둠이라는 한 덩어리로 부를 수 있게 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