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는다는 건 세상의 비밀을 한 꺼풀씩 벗겨 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벗겨 낸 세상의 비밀을 한 겹씩 먹으면, 어떤 비밀은 소화되고 흡수되어 양분이 되고, 어떤 비밀은 몸 구석구석에 염증을 만든다. 비밀의 한 꺼풀을 먹지 않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세상의 시스템은 그걸 먹어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설정되었다.
이 세계가 니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일은 괴로운 거 같아. 누군가가 내 세상을 떠나면 그 사람이 찢고 나간 틈으로 또 다른 세상이 보여. 미래가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었지만. 세상의 주인인 줄 알았는데 나는 점 하나에 불과하고, 심지어 그 점의 색깔과 모양마저 다른 점들과는 달라서 자꾸 이 세상에 있는 걸 이상하게 봐. 잘못 튀었어. 오점이야.
말을 잇지 못하던 집주인 부부는 돌연 웃음을 터뜨렸다. 아름답게 꾸며진 화단을 보자 웃음이 날 만큼 행복해졌기 때문이다. 다음 날 부부는 함께 2층을 찾아 반찬을 나 누어 주며 화단을 언제 저렇게 꾸몄느냐고 묻고, 식물의 이름을 묻고, 키우는 법을 물었다. 그 뒤 아무리 일이 고되어도 집에 오면 꼭 화단에 있는 식물을 손질했다. 잠자는 시간은 줄어 들었지만 부부의 낯빛에는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