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성가라는 말 있잖아? 스스로 자, 손 수, 이룰 성, 집 가. 자기 손으로 집을 이루었다. 그게 딱 아버지 인생이야. 아버지가 스무 살에 빈손으로 서울 올라와서 집도, 건물도, 이 차도, 다 아버지 노력으로 만든 거야.” 보미는 아버지가 검소하고 성실하고 영리한 어른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고도성장기의 대한민국을 살았던 운 좋은 기성세대라는 것도 사실이라고 생각
창 너머로 노을빛을 머금은 구름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구름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유난히 파랬고 바람이 부는 대로 붉은 구름이 흘러가며 하늘을 보랏빛으로 칠했다. 맑은 날만 보이는 남산타워의 실루엣, 한때 까마득했으나 지금은 유정의 발아래 있는 빌딩들, 오래된 아파트들의 초록 옥상, 마스킹테이프를 붙인 듯 반듯한 도로와 그 위의 자동차들, 하나둘 불빛을 밝히는 가로등, 창
어렵거나 큰돈이 드는 일은 없었다. 못 한다 해도 서운해하지 않았다. 그런데 비슷한 부탁이 잦아지자 유정은 슬슬 거슬리기 시작했다. 세상에 이렇게 아파트들이 차고 넘치는데 아버지는 왜 하필 우리 집 바로 앞으로 와서 딸을 피곤하게 만들까. 왜 죄책감을 갖게 할까. 생각하다 보면 또 미안한 마음이 들어 퇴근길에 귤 한 봉지를 사서 아버지의 경비실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