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화구는 각별하다. 처음에는 긴장했고, 들어서니 아늑했으며 자리 펴고 앉으니 편안했다. 이곳에 오기로 예정돼 있던 것처럼, 오래전부터 바랐던 것처럼. 처음부터 이곳이 목적지였던 것처럼. 능선을 감싼 나무의 연두 잎들이 가늘게 떨었다. 위로가 밀려왔다. 사람에게 위로 받지 못하는 대가 답답타. 숱한 얘기를 다 들어주면서, 내 얘기는 쉬이 하지 못했다. 분화구에 안기어 목까
완벽한 타인 앞에서 완벽하게 속을 보일 수 있었던 천진한 밤이었다. 맺고 얽힌 데가 없어 솔직했다. 겹겹의 기억 사이에 끼워두었다. 잘 빠져나가지 못하게 그 밤을 묶어 두었다. 관계와 사람이 아닌 시간과 이야기만 새겨 두었다. 능숙하게 이어오던 관계가 이제는 어렵다. 미숙하게 얽힌 그날의 세 사람, H, E, J, 낯선 이에게서 위안을 찾는 마음은 못나고 위험한 일인 걸까.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