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가득 채운 여름날의 먹구름이 보였다. 우산이 없어 집으로 가야 마땅했지만, 왠 지 오늘은 이곳에 와야 할 것 같았다. 삶은 지속된다는 감각 때문이다. 아이를 보면 느껴지는 감각, 아기들은 우리가 미래로 돌진하려거나 과거로 회귀하려는 바로 그 순간 우리를 현재에 잡아놓고 꼼짝 못 하게 한다. P.420 중에서
조이는 문득 자신 안에 있는 통증이, 지난 석 달간 자신의 존재를 온통 흔들어버린 욕망의 타오르는 불꽃이 그다지 깊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의미한 것도 아니었다. 단순히 긁으면 끝날 가려움이고, 다른 가려움보다 더 심하지도 않다. 분명한 건, 만족 없이 가려운 곳을 긁으며 사는 것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아야 한다는 점이다. P.358 중에서
엄마 인생은 죄다 아빠를 중심으로 돌아가. 아빠, 아빠, 아빠.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오직 아빠뿐이라는 듯이 행동하지. 마치 아빠만 다치고, 아빠만 슬픔을 아는 사람인 양. 아빠만 배고프고, 덥고, 춥다는 듯이. 다른 사람들은 그냥.... 배경처럼 말이야. 근데 말이야..... 아빠는 엄마를 행복하게 해주는것 같지 않아. 엄마를 웃게 하지도 않잖아. 엄마를 위해 뭔가 멋진 행동
대담하고 뻔뻔해졌다. 집 꼭대기 자기 방에서 불구자처럼 사는 것도, 자기 삶이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둔 채 수동적으로 사는 것도 지긋지긋했다. 아이라는 존재로 사는 게 지긋지긋했다. 좀 더 많은 자율과 좀 더 큰 권한, 그리고 무슨 일이 생기든 거기에 대해 언급할 수 있는 좀 더 많은 발언권을 원했다. P.258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