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

p.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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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감정을 담당하는 머릿속 어떤 부분이 마비되기 라도 한 것처럼 감정에 대한 표현은 억눌려 있다. '감정의 과소'는 '나'-화자가 개성과 선택과 일상을 내리누르는 사회에서 버티기 위해 생존 전략으로 택한 방법이기도 하다. 소설 첫 부분에서 '나'는 언니가 밀크맨과 불륜을 저지르려 한다고 비난하자 벌컥 화를 내고는 곧 감정을 드러내 약점을 노출했다며 후회한다. 책을 계속 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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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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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명단에서 빠져 있던 기간이 오빠가 화요일마다 와서 동생들과 엄마를 나들이에 데려가고 회전목마에 태우고 재미있게 놀아준 기간이기도 했는데 오빠는 자기가 어린 동생들에게 용서받지 못할 일을 저질렀다는 것도 어린 동생들이 그걸 얼마나 중대한 잘못으로 보는지도 몰랐고 자기가 그해 크리스마스에 어린 동생들로부터 순록 크리스마스카드, 남성용 양말, 남성용 구두끈,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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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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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먹고 넘어져 팔이 부러졌다. 오빠는 병원에 갔고 보도블록이 튀어나와 있어 넘어졌다고 민원을 제기했고 민원이 맞는 말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사람이 맞는 말이라고 판단해서 수천파운드의 보상금을 받았다. 오빠는 꽤 큰돈을 엄마에게 주고 이 나라의 정치적 문제를 고려해보건대 "씨발 난 떠야겠다"고 하더니 약간의 평화와 고요와 햇빛을 누 린다고 중동으로 가버렸다. 떠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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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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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너의 현재와 미래의 안전에 대한 아주 많은 걱정과 고민과 함께, 진정으로 정말로 겁에 질려 있는 너의 벗, 힘든 날만이 아니라 언제나 꾸준한 타인에 대한 공포가. 힘든 날만이 아니라 언제나 꾸준한 타인에 대한 공포는 정말 인정사정없었다. 알약소녀 동생은 편지가 쌍방으로 오간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니까 내면의 반대세력이 용감한 반격을 펼쳐 공포의 상황을 극복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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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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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알약소녀가 차를 끓이는 동안 동생은 언니가 나쁜 일들을 잊으면 안된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언니가 아직도 나쁜 일들 문제에 갇혀 있다는 걸 알았다. 알약소녀는 나쁜 일들을 놓아버리면 안된다, 그러면 용서가 뒷문으로 들어온다고 했다. 알약소녀는 나는 용서할 수 없다고, 특히 아직 사과도 받지 못했는데 용서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알약소녀 동생이 말했다. "나는 누구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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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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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하는 수재나 엘리너 리자베타 에피에게,네가 잊지 않게 하기 위해 네가 두려워하는 것을 열거할 수밖에 없구나. 궁핍함, 매달림, 기이함, 보이지 않음, 보임, 수치를 당함, 기피됨, 기만당함, 괴롭힘 당함, 버려짐, 얻어맞음, 입에 오르내림, 동정받음, 조롱당함, '애'이면서 동시에 '늙은이' 로 여겨짐, 분노, 타인, 실수를 저지름, 본능적으로 앎, 슬픔, 외로움, 실패,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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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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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다른 이유로도 엉뚱한 짝을 택한다. 욕망을 받아들이면 통제력을 잃을까 두려워서 그럴 수도 있고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을 때에는 그 사람 주변 사람과 결혼하기도 한다. 친구, 직장 동료, 친척, 아니면 옆집에 사는 사람이라도. 물론 딱 맞는 사람과 결혼하지 않는 가장 중대한 이유는 바로 이거다. 만약에 바로 그 사람, 내가 사랑하고 원하고 또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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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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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에서 이렇게 만나고 헤어진 뒤에 나는 초등학교때 부터 친했던 가장 오래된 친구와 세번 더 만났다. 첫번째로는 넉달 뒤에 시골에서 열린 친구의 결혼식에서 만났는데 결혼식장에서 검은 선글라스를 쓰지 않은 사람은 주례를 하는 신부님과 나밖에 없었다. 신랑도, 단순한 디자인의 하얀 드레스를 입은 친구도 선글라스를 썼다. 결혼식 일년 뒤에 친구를 다시 만났는데 그때는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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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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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면서 책을 읽는 사람의 수가 적다고 해서 내가 틀렸다는 뜻은 아니잖아. 가장 오래된 친구야, 만약에 단 한 사람만 정상이고 나머지 사람 전부가 정상이 아니라면, 집단의식에서는 그 한 사람이 미친 사람으로 취급되겠지. 그렇다고 그 사람이 미친 사람이니?" "응." 친구가 말했다. "자기와 대립하는 세상에서 겹겹의 장애물을 맞닥뜨리면서도 자기 방식을 고집한다면 미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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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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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불신이 너무 강해서 나를 도와주고 지지하고 위로해줄 사람이 있었을 텐데도 친구를 만들고 지원을 끌어낼 수 있었을 텐데도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사람들을 못 믿었고 나 자신을 못 믿었고 나한테 도움을 구할 자격이 있다는 생각을 못했기 때문에 기회를 놓쳤다. 하지만 그때에는 정신을 붙잡고 추스르는 게 내 최대 목표였고 그곳에서는 다른 사람들도 제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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