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발레리가 그랬어요.”

복희는 폴 발레리가 누군지 모르지만 묻는다.

“뭐라고 했는데요?”

“작품을 완성할 수는 없대요. 단지 어느 시점에서 포기하는 것뿐이래요……”

모든 작품이 체력과 시간과 돈 등의 한계로 어느 순간 작가가 포기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하면 슬아의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여성복 디자인을 하며 진즉에 알게되었다.
선택은 직관적으로, 너무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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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이야기 없이 식사가 끝난다. 슬아와 웅이가 일어서고 복희는 혼자 남아 밥상을 치운다. 식탁에는 양념 묻은 빈 그릇들이 예쁘지 않은 모양으로 남아 있다. 복희 눈엔 어쩐지 그것이 처량하게 느껴진다. 그릇을 개수대에 옮기고 양념을 물로 헹궈내면서 어떤 허무함을 느낀다. 어딘가 익숙한 허무함이다. 어쨌거나 설거지는 미루지 않는 게 좋다. 여름이 다가오니 금세 날파리가 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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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지 않는 자유와 기록되지 않는 자유 속에서, 하루하루를 시냇물처럼 졸졸 흘려보내며 그는 TV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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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는 주인의식이 있다. 손님처럼 살지 않는다. 집안의 대소사를 책임지고 감당하기 위해 자기 몸을 엄격히 관리한다. 그건 시아버지의 훌륭한 점이기도 했다. 좋은 점만을 빼닮은 게 복희로선 신기하다. 인간은 세대가 거듭될수록 훌륭해지는지도 모르겠다고 복희는 생각한다.

“아이폰도 갈수록 좋아지잖아.”

가녀장이 말했고 복희가 고개를 끄덕인다.

이들에겐 좋은 것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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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란 질서이자 권위이기 때문이다. 권위를 잘 믿는 이들은 쉽게 속는 자들이기도 하다. 웬만해선 속지 않는 자들도 있다. 그러나 속지 않는 자들은 필연적으로 방황하게 된다. 세계를 송두리째로 이상하게 여기고 만다. 어린 슬아는 선택해야 했다. 속을까 말까.
내 아이를 '속지 않는 자'로 키우고 싶다. 여기에서 부모로서의 모순이 생겨난다.
그들은 내 말을 듣지않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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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입으라는 대로 입고, 하라는 대로 하고 싶을 때가 있잖아.”

“그래?”

“응. 아무 의견도 없이 촬영장에 있는 게 좋아.”

“왜?”

“결정하고 책임지는 일에 지쳤어.”
그렇다. 이래라, 저래라를 매법 해야하는 입장에서도 자주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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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지 않는 자유와 기록되지 않는 자유 속에서, 하루하루를 시냇물처럼 졸졸 흘려보내며 그는 TV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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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건 말이에요.”

한숨을 쉰 뒤 덧붙인다.

“더러움을 참을 줄 알게 된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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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한 지랄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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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과 판교, 영등포와 전라도 여수까지 평정한 명강사 이슬아의 지론에 따르면 글쓰기에 관해 천재가 아닌 아이는 없었다. 동시에 계속해서 천재인 아이 역시 없었다. 꾸준히 쓰지 않는 이상 말이다. 반복하지 않으면 재능도 빛을 잃을 뿐. 즐기면서 계속 쓰라! 그는 아이들에게 탁월함과 성실함 그리고 즐거움이라는 세 가지 가치를 주입식으로 교육하며 수많은 십대 작가를 배출하기에
s******n 2026.10.04. 신고 공감0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