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해도 상관없다. 폭발해라. 더 폭발해라. 나와 상관없는 곳에서. 이마를 손톱으로 찍었다. 피부를 찢었다. 고통에 매달렸다. 그러 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 이 감정은 너무도 강력한 나머지 돌아갈 수 없게 된다. 억눌러야 한다. 집어삼켜야 한다. '그렇군.' 그 말을 씹어 없애야 한다. 우리 속에 가뒤야 한다. P.474 중에서
몇 명이 죽었을까. 다쳤을까 . 이곳에서는 피해 상황을 알 수 없다. 근처에서 불이 난 것도 아니고 부상자나 비명 소리도 이곳과 무관하다. 폭발음과 구급차 사이렌만이 사건을 알리고 있고, 그것만 없었다면 나에게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일지도 모른다 . 아니. 일어난 것은 알고 있다. 수많은 죽음, 절망.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감정이 무너질 조짐이 보인다. 이러면 안 된다
하지만 관계없는 타인까지 죽이는 건 좋지 않다는 건 의외로 최근에 형성된 사고방식이라고 해요. 아마 그렇게 생각하는 게 편해서 아닐까요? 생각해 보면 동료로 다른 사람을 구분한다고 치면 , 어쩔 수 없이 그럼 '동료는 누구인가? 어디까지 인가. ' 라는 이야기가 나와 버리니까요. 가족은 동료 같지만, 옆 마을 우체부 아저씨를 동료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름도 얼굴도 모를 외딴섬
저에 대한 증오가 엄청나게 짙어졌어요. 맞죠? 아, 대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 그런 건 누구보다 잘 캐치해요. 아마 날 때부터 남 눈치만 보며 살아왔기 때문이겠죠. 네, 분명 그럴 겁니다. 늘 벌벌 떨면서 살았으니, 그러니 형사님의 변화도 금방 알 수 있는 겁니다. P.151 중에서
무릎이라도 꿇으면 모든 걸 털어놓을지도 모른다. 울면서 부탁하는 엘리트의 무능한 모습을 보며 우월감을 느껴 어쩔 수 없이 내가 한 사람 살려 줘야겠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 안타깝지만 경찰에 몸담은 자로서는 택할 수 없는 방법이다. 손톱 뽑기 고문을 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P.129 중에서
눈은 진실을 말한다고 하지만, 그것을 곧이곧대로 믿을 만큼 인간이 간단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형사로 살아오며 꼭 타고난 거짓말쟁이가 아니어도 일정 수준의 놀람과 당혹감은 각오와 배짱으로 억누를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오히려 눈빛만 으로 거짓말을 하는 자들도 있다. P.126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