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환이의 말대로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을 하는 대신 정해진 길 위를 안전하게 걷는 것, 그것이 가장 실용적으로 사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왠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실패로 끝난 그 장난 같은 놀이들을 회상하노라면 정의 내리기 힘든 소용돌이가 자꾸만 가슴을 휘저었다. 그리고 시간이 충분히 흐르고 난 뒤 나는 스스로에 대해 진단을 내렸다. 내가 나름대로 세상에 변화를 주고 싶
가진 게 없어도 모든 걸 그만둬야 할 때가 온다. 모든 것을 소거하고 오직 나 홀로인 시간으로 침잠할 시기가. 청춘의 배부른 핑계라 험담하는 이도 있을 거다. 그런데 그랬다. 혼자 밥을 먹거나 영화를 보는 그런 혼자 말고, 진짜 혼자의 시간이 필요했다. 유일한 핑계는 '누구나 한 번쯤 그런 때가 온다'는 출처를 알 수 없는 말이었다. 그리고 내게는 그게 지금이었을 뿐이다.
...외롭다고,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고. 내 인생은 어떤 의미가 있었느냐고.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괴롭고 끔찍하죠. 그런데 더 무서운 거는요, 그런 고민을 하지 않고 사는 거예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질문을 외면하죠. 마주하면 괴로운 데다 답도 없고, 의심하고 탐구하는 것만 반복이니까. 산다는 건 결국 존재를 의심하는 끝없는 과정일 뿐이에요. 스스로의 존재를 의심하는 게 얼
솔직히 나는 내가 무엇을 위해 그 자리에 있는 건지조차 정확히 알지 못했다. 모두와 함께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고 무언가를 외쳐야 한다는 대의에 희미하게 동의했을 뿐이다. 어느 날 나는 대열을 이탈했다. 그 어떤 시끌벅적한 자리에라도 등잔 밑은 있는 법이라, 금세 조용한 곳을 찾을 수 있었다. 광장의 맞은편 주택가 안쪽의 담장에 올라섰다. 조용하고 어두웠다. 멀리서 함
"대기업이 주도하는 예술 말고 좀 다른 걸 해보고 싶었어요. 다양한 것, 작아도 가치 있는 기획이요. 비주류라는 이유로 예술성 높다고 딱지 붙여 별책부록처럼 끼워 파는 것 말고, 작더라도 그 자체로 인정받는 문화와 콘텐츠. 소수더라도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고 위로하는 예술과 문화를 고민하 고 제공하고 싶었죠. 그래서 빚내서 공부하고 작은 기획사도 몇 군데 거쳤어요. 그러
잘못된 걸 잘못됐다고 말하기만 해도 세상이 조금쯤은 바뀌지 않을까, 하는 생각." "부럽네요. 그 용기가. 나는 절대 그렇게 못하거든요. 그러니까, 뭔가가 잘못됐다고 생각까지는 하는데, 그게 절대 행동으로 연결되지는 않아요.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죠. 안 하니까 못하는 거. 그러니까 난요, 박수쳐주는 사람이에요. 주인공이 아니라 관객이고 예술가가 아니라 대중이에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