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작해야 할 시점에 그는 아무런 특별한 작업 계획도 없었다. 그는 수 없이 많은 공허하고 설익은 계획들의 주변을 맴돌았다. 스물살짜리는 자기가 무엇이고 앞으로 무엇이 되려는지 아직 분명한 생각이 없었다. 철학자인지, 시인인지, 소설가인지, 극작가인지, 아니면 학자인지. 어디를 향할지 모른 채 다만 힘만을 느끼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경박하고 너무나 서두르고 돈만 아는 것처럼 보인 이 사람이, 작품의 완성과 자신의 예술적인 명예가 걸린 문제에서는 현대문학사상 가장 양심바르고 끈질기고 굽히지 않고 열정적인 투사였던 것이다. 오직 그 자신만이 에너지와 헌신과 완전욕의 아주 환상적인 총합을 알고 있었고, 완성품만 본 사람들에게는 다섯 번, 열 번의 교정 과정은 전혀 알려지지 않은 채 실
그러나 아직도 충분치 못하다! 펜은 아직도 자리를 찾지 못했고, 불쌍한 식자공을 이끌어가야 할 기호와 숫자가 아직도 부족하다. 그러면 이제 가위가 나와서 불필요한 단락 몇 개를 잘라낸다. 원래의 것과 구분하기 위해서 이번엔 좀 작은 크기로 된 새로 쓴 원고 용지를 풀로 붙인다. 처음 부분이었던 것이 가운데로 가고 첫 부분은 새로 쓰여 삽과 곡괭이로 세상을 온통 갈아엎어 놓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