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건 코로나19를 마주하면서 급속히 확산되었던 '비대면 사회에 대한 우려'에 작가가 꽤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키오스크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디지털 약자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나, 그 안타까움만큼이나 무례한 사람을 대면하지 않아도 되는 데서 오는 안도도 드러난다.이렇게 역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사람 사이가 멀어지
만약 모여서 불가능한 상상을 하는 것이 반란이라면, 사회에 유익한 재생산 노동 대신 무위를 선택한 것이 소요라면, 거기에 조금도 해당되지 않는 자는 이 세상에 없을 것이었다.우리 존재는 사회에 유익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각자가 사회를 위한 재생산을 일부 수행해야겠지만, 단순히 불가능한 상상을 하고 사회를 위해 일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눈에 띄고 불편하며 불쾌한 정도를 넘어 중요한 일들마저 지연시키지만, 섬세하고 꼼꼼하게 갖추어져 있으면 처음부터 그것이 누구의 손도 타지 않고 자연히 그렇게 이루어진 양, 많이 배웠거나 힘 있는 사람들의 인식에서는 치워져버리고 마는 그런 일들.작가님 정말.. 사회에 대한 냉철한 통찰력을 가지신 것 같다평소에 이런 주제에 대해 깊게 고민하지 않으
애를 키워야지 왜 개를 키워. 그 간단한 말에는 명료한 함의가 있었다. 우리는 애새끼를 치고 노부모를 봉양하고 평생 가족을 위해 희생했는데 너는 왜 그 노동에서 이탈하여 한가로이 개새끼나 돌보고 있느냐. ( … ) 그들 대부분은 정말 개가 가족이 될 수 없다고 굳게 믿어서가 아니라, 가족을 위해 전적으로 희생했다는 징표가 없는 여자에게 불만이 있을 뿐이었다.혼자 개를 산책시
"맞아요. 딱히 뭔가 큰 사달이 나는 건 아닌데 왠지 모르게 이건 아니다 싶은 그거요." "그래요, 그거. 표현이 잘 안 되고, 막상 말로 바깥으로 내버리면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남자들이 뭘 그런 걸 갖고 그러느냐며 눈을 휘둥그레 뜨곤 도리어 이쪽을 이상한 사람 취급할 것만 같은 바로 그거."이런 문장은 정말 여자들만 공감할 수 있는 걸까?앞선 노트에도 적었던 의도치 않은 무례함
그런데 비존재의 기준은 무엇인가. 살과 뼈, 혹은 만질 수 있는 무언가로 이루어져 눈앞에 보이는 것만을 일컬어서 존재한다고 하지는 않는다. 안 그러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존재하지 않도록 만드는 즉각적이고도 효율적인 방법이 성립하고 마니까. 그건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입과 코를 가리는 것이다. 모든 감각을 닫아버리고 인지를 차단하는 것이다. (그늘은 존재하지 않는
남자는 나왔다 들어가기를 반복하는 손가락 말고도 손가락에서 연장되어 뻗어나가는 몸과, 그 몸통 위에 붙은 머리, 그중에서도 얼굴을 은근히 들여다보려는 것이다. 남자에게 별다른 의도는 없었을 수도 있고, 일상의 자잘한 무례들은 보통 별다른 의도 없이 생겨난다.특정하게 타인을 모욕주겠다는 목적을 가지지 않는 이상,무례하겠다 의도하고 무례하게 행동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방송에서라면 필시 "자, 그는 과연 그녀를 만날 수 있을까요? 진실한 사랑과 행복을 손에 넣을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였습니다"라는 뻔한 마무리 멘트와 함께 그 장면에서 끝났을 테니까.이 부분 읽고 빵 터졌다ㅠㅠ 벌써 일요일 영화 프로그램 한 편 본 듯 하다 이런 리얼리즘..,.
엄마가 말을 잃고 나면 그 진실을 누구에게도 전해줄 수 없게 되겠지. 말할 수 없게 되는 것은 하나도 아쉽지 않지만, 그래도 너에 대한 애틋하고 복잡한 마음까지 없어지지는 않겠지?단편 <키퍼>는 단순히 언어가 사라지면, 이라는 바벨탑이 아니라범죄로 인해 사회구조와 신뢰가 무너지고 서로 간의 소통이 불가능해졌을 시에 어떻게 될까가 너무 사실적이고 논리적으로 묘사되어 마
애초에 다정의 그림 실력이란 문예비평가 아이버 리처즈가 남긴 불후의 영어 교재에 등장하는 도형 인간들 정도의 수준이다.이 그림이 너무너무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딱히 자료가 나오지는 않더라...안 봐도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긴 한데 그래도 그림이 궁금했다 쩝진지한 와중 이런 쫀쫀한 비유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