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

p.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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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랑몰랑하게 있다 보면 어떻게든 돼. 우리는 너구리잖니. 보들보들한 게 매력인걸." "그럼 됐네요." "얘, 내가 가르쳐줄게. 나도 결혼했었거든. 힘들었던 건 다 잊어버리고 근사한 것만 기억나. 예쁜 털 뭉치를 많이 낳았던가... 그러고 보니까 다들 어디로 흩어진 걸까. 많이 웃고 오동통한 털 뭉치들..."
k******0 2026.09.20.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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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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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재미없는 일이 뭔가 하면 타인의 지시를 받는 거란 말이지. 내가 퇴거하고 싶을 때까지 기다리라고." 남자는 당당하게 말했다. "꼭 한판 붙어야겠다면 도전은 받아주마." "아저씨, 그럼 나랑 놀까." "호오?" 남자는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눈 감고 열까지 세면 아주 재미있는 걸 보여줄게."
s******2 2026.09.20.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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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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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지간 재미있게 살고 볼 일이다. 일단 그렇게 단정해보면 어떨까. 나는 현대 교토에 사는 너구리이지만, 일개 너구리라는 것을 긍지가 허하지 않아 먼발치에서 덴구를 동경하며 인간 흉내를 내는 것도 좋아해 마지않는다. 이 성가신 습성은 조상 대대로 면면히 전해 내려온 것이 틀림없다. 선친은 그것을 “바보의 피”라고 불렀다.
k******0 2026.04.19.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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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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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니야, 야시로. 천재는 99퍼센트의 바보와 1퍼센트의 영감이라고.” “그럼 노력은 언제 하는데?” “……천명天命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렇지만 형, 난 그럼 안 될 것 같은데.” 내가 ‘이 깡똥한 에디슨 같으니!’라고 말하려는데, 별안간 보이지 않는 거인이 잡아 흔드는 것처럼 숲의 나무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s******2 2026.04.19.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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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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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너답지 않은 소리를 하느냐, 야사부로.” 아버지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나를 봤다. “우리는 너구리야. 웃으면 안 되는 때란 없다.” 지금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건만 느닷없이 눈물이 치솟아 탁자 위의 아버지 모습을 가렸다. 멀리서 이별의 소리가 들려왔다.
k******0 2025.11.16.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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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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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하태평을 사랑하는 너구리이지만 ‘그것만으로는 곤란하다’고 바보의 피가 속삭였다. 언제든지 풍파를 일으켜요. 팍팍 일으켜요. 언제든지 평화를 어지럽혀요. 팍팍 어지럽혀요.
s******2 2025.11.16.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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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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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은 신기하다.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수증기를 바라보며 뜨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몸도 마음도 부드럽게 풀린다. 이런저런 대립은 잠시 잊고 일단 동실동실 뜨고 보자고 모두가 생각하고 있을 게 틀림없었다. 가이세이가 "어느새 배추랑 같이 보글보글 끓고 있을 거라고"라고 했던 것이 생각났다. 온천은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우리 모두를 뭉근하게 끓여주는 전골이다. _제5
m******0 2024.12.24.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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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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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구 전골이란 냄비에 물을 붓고 두부와 대파, 배추, 닭고기를 넣은 다음 선생님이 소장한 요석을 빠뜨려 보글보글 끓인 것이다. 양념을 곁들인 폰즈 소스에 찍어 먹으면 맛있는데, 같은 재료를 써도 요석이 없으면 덴구 전골 맛이 나지 않는다. 요석은 오랜 세월 교토 시내 요정料亭의 냄비란 냄비를 거쳐온 백전노장인지라, 냄비에 넣으면 무수히 많은 전골의 감칠맛이 배어나온다. 고
m******0 2024.12.20.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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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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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는 혼자 갈게요." 데마치 다리 서쪽 어귀에서 교구란은 머리를 숙였다. "야이치로 씨, 또 쇼기를 같이 둬줄래요?""언제든 두겠습니다."큰형이 말했다.교쿠란은 내게도 머리를 숙였다. "고마워, 야사부로.""뭘 그런 걸 가지고, 교쿠란 선생님."그녀는 "선생님은 빼줘"라며 노려본 뒤 데마치야나기역의 불빛을 향해 다리를 건너갔다. 다리 중간께에서 돌아보고 손을 흔들었을 때
m******0 2024.12.17. 신고 공감0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