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거울 앞에 앉아 비의 폭탄을 맞은 듯 흠뻑 젖은 자신의 머리칼을 바라보았다. 어린 시절 일본인들이 있었을 때, 공습경보 가 울리면 하늘에서 미군이 투하한 폭탄이 떨어지고 땅 위에는 폭발의 의해 커다란 구덩이가 파였다. 안경잡이가 사직했다고 말하는 순간, 그녀는 또다시 공습경보를 들었다. 엄마에게 어떻게 말하지? 몸 안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고 말해야 했다. 그녀는
"어떤 배역을 맡았는데? 귀신 역할?" "아니야. 귀신 배역은 다른 사람이 맡았어. 연출자가 다섯 명에게 햄릿 배역을 맡겼지. 나도 그 다섯 명 중 하나야. 매일 독일어로 된 셰익스피어의 독백을 외우고 있지. 죽을 지경이야. 정말 어려워. 누나, 있잖아, 연극 연습을 하면서 비로소 알게 된 건데, 나는 애당초 별볼일 없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 오필리어 역을 맡은 남자는 사람을 세 명이
톈홍은 의자에 앉아 세 누나들이 마침내 손님처럼 예의를 갖춘 어투를 포기하고 날선 언사를 주고받는 것을 듣고 있었다. 적극적으로 말을 자르고 끼어드는 데다 공격적인 말도 서슴지 않았다. 거친 말을 주고받는 세 자매의 어투가 급상승했다가 곤두박질치기를 반복했다. 목소리가 중첩되고 기억이 겹쳤다. 상대방을 지적할 때 끈적끈적한 점성이 느껴졌다. 누나들의 모든 말이 하나로
시어머니는 문밖에 있 었다. 방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밖에서 며느리가 또 딸을 낳았다 는 얘기를 듣고는 대꾸도 하지 않고 일본 게다를 신고 물건을 사러 나갔다 오겠다고 말했다. 게다가 바닥을 두드리는 청아한 소 리가 울리는 가운데 그녀는 침대에 누워 자신이 시어머니가 밟고 지나가는 땅바닥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신발이 그녀의 몸을 지그시 밟고 지나가자 뼈가 으스러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