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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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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랑몰랑하게 있다 보면 어떻게든 돼. 우리는 너구리잖니. 보들보들한 게 매력인걸." "그럼 됐네요." "얘, 내가 가르쳐줄게. 나도 결혼했었거든. 힘들었던 건 다 잊어버리고 근사한 것만 기억나. 예쁜 털 뭉치를 많이 낳았던가... 그러고 보니까 다들 어디로 흩어진 걸까. 많이 웃고 오동통한 털 뭉치들..."
k******0 2026.09.20.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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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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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재미없는 일이 뭔가 하면 타인의 지시를 받는 거란 말이지. 내가 퇴거하고 싶을 때까지 기다리라고." 남자는 당당하게 말했다. "꼭 한판 붙어야겠다면 도전은 받아주마." "아저씨, 그럼 나랑 놀까." "호오?" 남자는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눈 감고 열까지 세면 아주 재미있는 걸 보여줄게."
s******2 2026.09.20.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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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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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널린 '고민거리'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어찌 되건 별 지장 없는 고민. 또 하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되지 않을 고민. 이 두 부류 고민의 공통점은 괴로워하는만큼 손해라는 사실이다. 애써서 해결될 일이라면 고민할 시간에 노력하는 것이 최고다. 노력해도 해결되지 않을 일이라면 노력해봤자 헛수고다. 하지만 이렇게 깔끔하게 처리할 수 없을 때는 기분
k******0 2026.09.06.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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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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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부조리의 영역에 당당하게 들어선, 근거를 따지지 않는 신념이야말로 어머니를 어머니답게 하고 나아가 우리를 우리답게 만들었다. 아버지도 위대했지만 우리 어머니 또한 위대했다.
s******2 2026.09.06.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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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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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도시에 살고, 너구리는 땅을 기고, 덴구는 하늘을 날아다닌다. 헤이안 천도 이래 이어져 내려온 인간과 너구리, 덴구의 삼파전. 덴구는 너구리에게 설교를 늘어놓고, 너구리는 인간을 호리며, 인간은 덴구를 두려워하면서도 공경한다. 덴구는 인간을 잡아가고, 인간은 너구리를 전골로 만들어 먹고, 너구리는 덴구를 함정에 빠뜨린다. 이렇게 수레바퀴처럼 빙글빙글 돈다. 돌아가
s******2 2026.08.23.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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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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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면대에 매달린 지저분한 거울 앞에서 벤텐으로 둔갑했다. 홀딱 반한 사람으로 둔갑해 있자니 기분이 묘했다. 생김새는 똑같아졌지만 거울을 봐도 도무지 흥이 나지 않았다. 좋아하는 사람이 내 뜻대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내 뜻대로 움직이느냐 움직이지 않느냐의 차이에 반하는 맛이 있다. 하기야 기묘하기로 따지자면 너구리인 내가 인간에게 반한 것이 더 기묘한 일이다.
k******0 2026.08.23.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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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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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한 이별을 겪지 않을 수는 없다. 인간이나 덴구나 너구리나 다 마찬가지다. 이별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슬픈 이별이 있는가 하면 때로는 고마워서 속 시원한 이별도 있다. 성대한 송별 파티를 하며 요란뻑적지근하게 헤어지는 이도 있고, 누구의 전송도 받지 못하고 혼자서 이별하는 이도 있다. 긴 이별이 있고 짧은 이별도 있다. 일단 헤어진 이가 멋쩍은 듯이 훌쩍 돌아오는
k******0 2026.08.09.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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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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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라서 숭고해진다. 우리는 그것을 긍지로 삼는다. 춤추는 바보로 보이는 바보. 같은 바보라도 춤추는 바보가 낫다고 한다. 그렇다면 멋지게 춤추면 된다. 우리 몸속에 매우 진한 '바보의 피'가 흐른다는 사실을 한 번도 창피하게 생각한 적이 없다. 이 태평성대를 살아가며 맛보는 기쁨이나 슬픔도 모두 이 바보의 피가 가져다주는 것이다.
s******2 2026.08.09.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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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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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지간 재미있게 살고 볼 일이다. 일단 그렇게 단정해보면 어떨까. 나는 현대 교토에 사는 너구리이지만, 일개 너구리라는 것을 긍지가 허하지 않아 먼발치에서 덴구를 동경하며 인간 흉내를 내는 것도 좋아해 마지않는다. 이 성가신 습성은 조상 대대로 면면히 전해 내려온 것이 틀림없다. 선친은 그것을 “바보의 피”라고 불렀다.
k******0 2026.04.19.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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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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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니야, 야시로. 천재는 99퍼센트의 바보와 1퍼센트의 영감이라고.” “그럼 노력은 언제 하는데?” “……천명天命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렇지만 형, 난 그럼 안 될 것 같은데.” 내가 ‘이 깡똥한 에디슨 같으니!’라고 말하려는데, 별안간 보이지 않는 거인이 잡아 흔드는 것처럼 숲의 나무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s******2 2026.04.19. 신고 공감0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