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아니라고, 이런 데 연연하면 일 못 한다고 다들 말했지만 더는 잘 되지 않았다. 없었던 일인 셈 치라고 해도 언제나 있었던 일은 있었던 일이니까. 생각해보면 꼭 그 아이 탓만도 아니었다. 그간 차곡차곡 누적돼온 것들이 넘쳐버렸기 때문이고, 타이밍이 마침 그때였을 뿐.
마시멜로의 진짜 이름은 곤포. 하지만 아마도 여전히 마시멜로라 부르게 될 것 같다고 해원은 생각했다. 밤바람은 차고 달이 밝았다. 마시멜로가 주는 폭신하고 따뜻한 느낌이 배경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같고, 아무리 기억하려고 해도 진짜 이름으로는 불러지지 않는 것이 조금 공감되에 인상깊었다.
멈추지 않는 적의는 언젠가는 뒤틀리기 마련인 걸까. 좀처럼 행복할 수 없는 인간들이 가장 손쉽게 자기 인생을 합리화하는 방법. 가까이 있는 누군가를 집요히 미워하고 질투 하고 원망하는 것..., 어쩌면 자신도 그렇게 변해가는 게 아닐까 해원은 두려워졌다. 애써 그런 생각을 떨쳐내며 그녀는 씁쓸하게 말했다.
그의 사랑은.... 눈송이 같을 거라고 해원은 생각했다. 하나둘 흩날려 떨어질 땐 아무런 무게도 부담도 느껴지지 않다가, 어느 순간 마음을 덮고 지붕을 무너뜨리듯 빠져나오기 힘든 부피로 다가올 것만 같다고. 그만두려면 지금 그래야 한다 싶었지만 그의 외로워 보이는 눈빛에서 피할 수가 없고, 그건 그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