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을 쓸때 잉크로 쓰지 않는다. 가벼움으로 쓴다. 설명을 잘했는지 모르겠다. 잉크는 구매할 수 있으나 가벼움을 파는 상점은 없다. 가벼움이 오거나 안 오는 건 때에 따라 다르다. 설령 오지 않을 때라도, 가벼움은 그곳에 있다. 이해가 가는가? 가벼움은 어디에나 있다. 여름비의 도도한 서늘함에, 침대맡에 팽개쳐 둔 펼쳐진 책의 날개들에, 일할 때 들려오는 수도원 종소리에,
한낮과 저녁의 몇 시간을, 나는 마치 그곳에 사는 다른 모든 이처럼 밖에서 보낸다. 공을 차고 드넓은 운동장을 달릴 때 나는 보이지 않고, 내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수많은 파도들 속에서 파도 하나를 알아보기 힘든 것처럼, 수십 명의 다른 아이들 사이에 있는 아이를 알아보기란 불가능하다. 어린 시절은 떠들썩한 수많은 웅성거림을 등에 업고 멀리 달아나는 파도처럼
가출은 인생과 닮았다. 나타나고 사라지는 일은 인생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내가 어디로 갔는지 물을 때 기꺼이 거짓말을 한다. 나는 그들에게 적군을 피해 몸을 숨겼다고 얘기해 주었다. 이 표현은 술에 취해 영웅심에 들뜬 조련사 아저씨가 했던 스페인 전쟁 이야기에서 알게 됐다. 사실 그게 얻던 전쟁인지도 모르고 전혀 이해도 못한다. 하지만 때로 흐르는 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