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특별히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건 아니었다. 그 사실을 인정하기까지도 오래 거렸다. 후암동 집에 얹혀살았던 날들은 오랫동안 나를 자기 연민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했다. 멀리서 그 집 담벼락이 보일 때, 대문 앞에 다다를 때, 마당을 지나 계단을 오를 때 가슴이 몹시 뛰던 기억. 막말하는 어른들과 나를 대놓고 무시하는 예리를 견뎌야 했던 시간들. 나는 간혹 내가 쓴 문
언니는 자기를 오랫동안 사랑했던 그 후배가 이십대를 전부 강수진이란 여자 떄문에 망쳤노라고 술자리에서 떠들어댔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런 놈과 인연을 맺어봤자 끝이 좋을 리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엄마를 홀로 버려두고 가정을 이룬답시고 남 좋은 일만 시켰겠지, 죽 쒀서 개나 줬겠지, 언니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