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디지몬의 진화 형태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도, 그 진화가 완전한 성장이 아니라는 점도 좋다. 디지몬은 언제든, 어떤 형태로든 진화할 수 있고 다시 돌아온다. 잘못 진화하면 다시 진화하면 된다. 스스로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무언가 그릇된 것처럼 느껴지면 나는 이 문장을 자주 상기한다. ‘괜찮아, 다시 진화하면 돼.’
내가 디지털 세계에 가기 위해 이런 짓까지 했다는 걸 가족들은 모른다. 가고 싶다고 이야기한 적도 없다. 이 책을 읽는다면, 그제야 내가 이 정도로 디지털 세계에 열망했다는 것에 놀랄지도 모르겠다. 세계를 넘기 위해 이렇게까지 은밀하게 시도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혼자 그곳에 가고 싶었다. 아주 훌쩍, 창호지에 구멍을 뚫듯 폭, 세상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흔적도 없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