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촌아시다시피 제가 사는 마을은 교우촌입니다. 박해를 피해 조선을 떠돌던 교우들이 깊은 산골짜기에서 일궈 낸 신앙의 텃밭이자 삶의 터전이지요. 조선 땅에 서학처럼 죽음이 가득한 믿음도 없을 겁니다. 마을 사람들이 들려주는 옛 이야기를, 그 시절의 박해를 듣다 보면 그저 듣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니까요. 특히 평생을 동정으로 살 것을 서약했던 여인들이 겪어야
풀각시별당이 흉택이라고 가문의 흉을 모두 가져가 시체처럼 살아야 하는 곳이라고 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흉도 언제든 길이 될 수 있다. 이건 내 집이었는데 당숙이 날 내쫓으려 했다. 집을 빼앗으려 했다. 날 동첩으로 만들려고만 하지 않았어도 나도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았을 텐데 이게 다 당숙 때문이다. 앞으로 가문이 겪게 될 일들은 다 당숙의 업보가 불러온 거다.
낭인전파란 봇짐을 옆에 끼고 은비녀를 찌른 옹녀가 산등성에 있는 커다란 바위에 걸터앉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독녀가 되어 천하를 떠도는구나. 내가 과부로 살고 싶어 지아비를 죽인 것도 아니고, 혼인하는 족족 지아비라는 이들이 뭍에 놓인 생선처럼 죽어 나가는 것을 나보고 어찌하란 말인가. 처량한 신세를 생각하자 땀인지 눈물이 어딘지 알 수 없는 물방울이 눈가를 적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