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너무 불공평하고 불합리했다. 선량함을 고집하기 위해 지켜온 선택들이 병렬적으로 이 어지는 순간, 미래에 남는 건 원하지 않던 삶이라는 모순. 이 남자를 사랑하지 않고, 이 남자와의 미래가 저주라 생각하며, 내가 해온 모든 일이 쓸모없는 짓거리로 전락하는 순간을 예 측하는 지금의 끔찍함. 어쩌면 나는 잉태되는 시점부터 악인으로 살 운명이었을까. #젊은작가청예 #오렌지
나는 분명히 원래대로 돌아가야만 했다. 친구에게 상처를 주고 죄 없는 아동에게까지 못되게 굴었으니까. 하지만 감정의 구획이 허물어졌다는 걸 인지한 순간, 이 찬란한 혼재를 더는 누리지 못하게 될 미래가 두려웠다. 오늘이 지나면 하나로 모인 감정들을 다시 떼어내 창살 뒤에 감금해야만 했다. 일일이 때와 장소에 맞게 꺼내 쓰는 번거로움을 견딜 수 있을까.
과거에 내 마음은 고체였다. 라벨을 붙이고, 적합한 시기와 장소를 골라 제자리에 보관해 뒀다. 적시 적소에 꺼내 쓸 수 있게끔. 그러나 스칼렛이 전두엽을 건드린 순간 그 모든 고체들이 액체로 바뀌어 한데 모였다. 기쁨이 고통과 섞이고, 분노가 슬픔과 뒤엉켰다. 나는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사람. 그래서 이래도 고통스럽고 저래도 저주스러운 사람. 무엇이 무엇인지 도통 구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