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이렇게 아비투스는 “특정한 물질적 존재조건”에서 형성되고 만들어진 “구조화된 구조”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삶의 환경마저 그에 따라 재편하려는 “구조화하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 결국 아비투스는 ‘구조화되었다’는 과거적 측면과 ‘구조화한다’는 미래적 측면을 모두 함축하는 복잡한 개념이었던 셈입니다.아비투스는 문화·계급·종교 등 이 빚어낸 관습적 사회 분위
벤야민은 사랑이 자본주의와 결합하면 결국 매춘으로 변질된다는 점을 고발하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벤야민이 강조하지 않았던 반대 상황 역시 중요한 것 아닐까요? 우리에게서 사랑이 발생할 때, 비록 한숨과 비탄 속일지라도 매춘 행위는 힘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랑이 자본주의의 포섭을 막는 일종의 혁명적 힘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것도 이런 능력 때문이지요.매춘이라는 단
우리는 자신이 가진 가치, 예를 들어 학점, 토익 점수, 대화술, 미모, 지식 등을 팔아서 취업을 해야만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사회를 보편적 매춘의 시대라고 지적하기도 했지요.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스펙(spec)은 취업을 준비하는 이의 학력, 학점, 자격증 따위를 말한다. IT 제품의 사양을 뜻하던 용어가 언제부턴가 사람한테 더 자주 쓰이기 시작했
욕구나 욕망은 모두 어떤 결여를 전제로 하는 개념입니다. 그러나 욕구가 단순히 부족한 것을 충족시키려고 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욕망은 단순한 충족을 뒤로 미루면서 여전히 충족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욕구보다 더 복잡한 개념이지요.동물은 욕구를 지녔지만 욕망이 없다. 반면 인간은 욕구를 넘어서 욕망을 추구하는 존재다. 저자는 ‘에피타이저’를 예시로 든다. 우리는 입맛을 돋
이처럼 백화점은 고가의 상품을 사는 사람과 그것을 동경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동시에 공존하는 공간, 그런 이유로 자본주의적 욕망을 훈련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지요.나에게 있어 백화점은 늘 어딘지 모르게 이질적인 공간이다. 위압적인 외관을 자랑하는 건물에 들어서면 남루한 현실들은 숨어버린다. 1층에는 유리로 된 세련된 매장, 고급 향수 냄새 그리고 매장 직원의
앞으로 자신의 개성과 욕망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생산의 차원을 포함한 인간 실존 전체의 문제로 확장되어야만, 짐멜의 질적 개인주의는 형식만이 아닌 실질적 내용도 갖게 될 겁니다.짐멜은 자신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대도시인의 개인주의를 옹호한다. 이는 대도시인이라면 필연적으로 느끼는 고립감을 극복하기 위한 생존 전략인 탓이다. 그런데 주의할 점은 도시인의 자유가 ‘소
자본주의와 같은 세속적 신학을 포함해 모든 신학적 사유로부터 인간을 해방하는 것이 인문학자들의 공통된 목표였으니까요. 자본주의는 현대 사회의 세속 종교다. 신의 권능이 돈의 권능으로 대체됐을 뿐이다. 아니 자본주의는 기독교가 증명하지 못한 내세의 천국을 현실 속에서 구현했다는 점에서 더욱 강력한 종교가 됐다. 이 사회에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뭐가 있단 말인가. 의
인문학적 정신은 미래의 후손들, 혹은 미래의 타자들을 배려하는 정신입니다.정신을 번쩍 들게 한 문장이다. 나는 여태껏 인문학을 좋아한다고 자부해왔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다. 내가 생각한 인문학 정신이란 ‘인간을 향한 연민’ 정도였다. 저자의 너른 정의에 비하면 이는 협소한 관점에 불과했다. 앞으로 태어날 후손들에게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의 전망을 줄 수 있
문제는 기계들이 인간과는 달리 소비를 할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중략) 소비의 논리로 자본이 인간을 착취했다면, 이제 소비의 논리로 인간이 자본을 착취할 때입니다.생산의 자동화는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의 패배, 비용을 줄인 자본가의 승리일까? 당장은 그렇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스마트 사회’는 자본가에게도 해롭다. 그토록 효율적으로 생산한 제품
산업자본주의에서 자유란 분명 소비의 자유입니다. (중략) 돈이 없으면 우울하고, 돈이 있으면 명랑해진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산업자본이 우리의 욕망을 길들이는 데 성공했다는 분명한 징표입니다.자본주의 체제를 공기처럼 당연하듯 여겨온 사람이 ‘소비의 자유’ 이외의 자유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특히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허영과 욕망의 각축장”이 돼버린 요즘, 현대인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