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기 위해 필요한 것은 거의 없다. 가난한 삶만 있으면 된다. 너무 가난해 아무도 원치 않는 삶, 신 혹은 사물들을 피난처로 삼는 삶이다.그곳에는 무가 차고 넘친다. 왁자지껄한 소음과 수많은 문들로 이루어진, 자체의 풍문들로 길을 잃은 삶과는 반대되는 삶이다. 그런 삶들을 가지고는 제대로 글을 쓸 수 없다. 그런 삶에서는 말할 거리가 하나도 없으니까. 우리는 오로지 부재
독서가 무슨 쓸모가 있을까. 전혀 혹은 거의 쓸모가 없다. 사랑이 그렇고 놀이가 그런 것처럼. 그건 기도와도 같다. 책은 검은 잉크로 만들어진 묵주여서, 한 단어 한 단어가 손가락 사이에서 알알이 구른다. 그렇다면 기도란 무얼까. 기도는 침묵이다. 자신에게서 물러나 침묵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지 모른다. 우리는 제대로 기도하는 법을 모르고 있는지도. 우
당신이 책을 읽는 건 바로 그 사람을 보기 위해서다. 유랑의 시간을, 잉크의 장막 밑에서 어떤 문장의 산들바람을 느끼기 위해서다. 당신은 한 책에서 다른 책으로, 이 야영지에서 저 야영지로 옮겨간다. 그렇게 독서는 끝이 없다. 사랑이 그렇듯이, 희망이 그렇듯이, 실현의 가망 없이.-약속의 땅-
우선 아무리 많은 출장을 다녀도 움직이지 않는 이 사람에 대해 말해보자. 그는 세상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며 오로지 이 자리와 하나 되기 위해 일을 한다. 거기서 그는 차가운 물질, 죽은 언어를 캐낸다. 이성과 야심과 힘을. 그는 자신이 종사하는 직업에 안주하는 만큼 도덕적으로도 불편함이 없고 애정 생활이나 은행 계좌도 안전하다. 그가 무슨 말을 하건 동일한 말의 반복일 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