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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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때는 다리가 있으나 없으나 어디를 갈 수 없는 건 매한가지다. 어른이라는 벽을 둘러싸고 있으니까. 우리 곁에 균열이 나지 않은 어른은 없다. 그러니 불안하지 않은 아이도 없다. 지금 목격하는 저 삶의 풍랑이 자신의 것이 될까 긴장했고, 그러면서도 결국 자신을 둘러싼 어른들이 세파에 휩쓸려 사라질까봐 두려웠다. 마구 달려서 자기 마음에서 눈 돌리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f******r 2026.04.28.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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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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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좋은 부분을 오려내 남기지 못하고 어떤 시절을 통째로 버리고 싶어하는 마음을 이해한다. 소중한 시절을 불행하게 다 내주고 그 시절을 연상시키는 그리움과 죽도록 싸워야 하는 사람들을.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그 무거운 무력감과 섀도 복싱을 해야하는 이들을.
f******r 2026.04.28. 신고 공감0 댓글0
종이책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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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믿는 게 잘못은 아니야. 네 말대로 그렇게 혼자라면 믿어야 살 수 있으셨겠지. 어떤 사람들은 그래서 누군가를 믿기도 해.
f******r 2026.04.28.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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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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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믿는 게 잘못은 아니야. 네 말대로 그렇게 혼자라면 믿어야 살 수 있으셨겠지. 어떤 사람들은 그래서 누군가를 믿기도 해.
f******r 2026.04.07.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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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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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친절을 전제로 한다고 생각하면 불친절이 불이익이 되지만 친절 없음이 기본값이라고 여기면 불친절은 그냥 이득도 손실도 아닌 '0'으로 수렴된다.
f******r 2026.04.07.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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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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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끊고 섬으로 돌아가면서 어쩌면 리사와 나의 어긋남은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누구보다 상대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그런 점에서 슬프게도 서로를 믿고 있는 사이였다.
k*******7 2026.01.21. 신고 공감0 댓글0
종이책

p.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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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울렁댔다. 슬픔은 차고 분노는 뜨거워서 언제나 나를 몽롱한 상태로 몰아넣고는 했다. 그런 극단의 마음과 싸우다보면 아주 간단한 일상의 일도 할 수 없었다. 길을 못 찾거나 버스 번호를 잊어버리거나, 걸어다니거나 물건을 사는 평범한 동작에도 서툴러졌다. 그게 상처로 부스러진 이들이 감내해야 하는 일상이었다. 트라우마는 그렇게 기본적인 행위부터 부수며 사람을 위태롭게
k*******7 2026.01.21. 신고 공감0 댓글0
종이책

p.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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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굴 작업이 있는 목요일, 차를 운전해 궁으로 갔다. 정 확히 일년 전, 복잡한 마음으로 안국역에서 걸어나와 창경궁으로 향했던 게 생각났다. 지금은 달랐다. 가는 목적은 일하는 사람에 꼭 맞게 단순했고 감정의 결도 단정했다. 나는 간결한 내 마음이 마음에 들었다.
k*******7 2026.01.21.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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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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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줄로 남은 할머니의 회상은 이렇게 다른 증언들로 사실의 두께를 얻어갔다. 수리를 통해 보강되어가는 대온실처럼. 기억은 시간과 공간으로 완성하는 하나의 건축물이나 마찬가지였다.
k*******7 2026.01.21.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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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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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가 살던 시절보다 확실히 정비된 거리를 지나 낙원하숙 골목으로 들어섰다. 이미 예전에 집이 거기 있는 걸 확인했으면서도 마음이 또 한번 들떴다. 삼우씨는 열쇠로 문을 열고 광고전단지들을 발로 치우며 들어갔다. 마당에는 겨울바람이 몰고 왔을 눈더미와 쓰레기가 쌓여 있고 다 깨어진 플라스틱 대야가 빗물 홈통아래에 놓여 있었다. 하숙집 사람들이 복작대던 집이 지금
k*******7 2026.01.20. 신고 공감0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