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때는 다리가 있으나 없으나 어디를 갈 수 없는 건 매한가지다. 어른이라는 벽을 둘러싸고 있으니까. 우리 곁에 균열이 나지 않은 어른은 없다. 그러니 불안하지 않은 아이도 없다. 지금 목격하는 저 삶의 풍랑이 자신의 것이 될까 긴장했고, 그러면서도 결국 자신을 둘러싼 어른들이 세파에 휩쓸려 사라질까봐 두려웠다. 마구 달려서 자기 마음에서 눈 돌리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속이 울렁댔다. 슬픔은 차고 분노는 뜨거워서 언제나 나를 몽롱한 상태로 몰아넣고는 했다. 그런 극단의 마음과 싸우다보면 아주 간단한 일상의 일도 할 수 없었다. 길을 못 찾거나 버스 번호를 잊어버리거나, 걸어다니거나 물건을 사는 평범한 동작에도 서툴러졌다. 그게 상처로 부스러진 이들이 감내해야 하는 일상이었다. 트라우마는 그렇게 기본적인 행위부터 부수며 사람을 위태롭게
우리는 우리가 살던 시절보다 확실히 정비된 거리를 지나 낙원하숙 골목으로 들어섰다. 이미 예전에 집이 거기 있는 걸 확인했으면서도 마음이 또 한번 들떴다. 삼우씨는 열쇠로 문을 열고 광고전단지들을 발로 치우며 들어갔다. 마당에는 겨울바람이 몰고 왔을 눈더미와 쓰레기가 쌓여 있고 다 깨어진 플라스틱 대야가 빗물 홈통아래에 놓여 있었다. 하숙집 사람들이 복작대던 집이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