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일어난 다음에야 평화를 소중하게 받아들이고 흔연한 쾌락 다음에는 곧바로 늙음이 찾아들며 초자연적인 상상력을 통해서만 비로소 납득이 되는 존재의 소멸. 그것이 구스타브가 생각하는 인생의 궤적이었다. 그리고 소멸은 탄생을 표현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웨더링>, 은희경
제가 사십 대가 되고 보니 '나이 듦'이 전과 다르게 다가오곤 해요. 주위의 많은 이들로부터 본인이 혹은 가족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듣곤 하고요. 저 또한 몇몇 경험을 통해 바라는 게 작고 단순해졌습니다. 전에는 널리 알려진 비유처럼 '세월이 유수처럼' 흐르는 줄로만 알았는데, 세월은 강물처럼 흐르는 게 아니라 어느날 머리 위로 물벼락처럼 쏟아진다는 것 또한 알았습니다. (중략
내게 오백만 원은 없지만 어쩌면 백만 원일지 모르는 동전 네 개와 언제나 십구만 팔천 원이 든 지갑이 있다는 걸 잊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직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엄마가 뜨다 만 스웨터도 있고 엄마의 노래가 담겼을지모를 테이프도 있었다. 그러고 보면 엄마가 내게 슬픔만 남겨두고 간 것은 아니었다. <음악소설집> / 편혜영 소설 '초록 스웨터' 중 (196쪽)음악을 주제로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