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처럼 층계참에 잠시 멈춰 서서 매장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무심코 혼잣말이 흘러나왔다. "여기는 늘 그대로라 다행이야." "뭐가 다행인가요?" 겐이 내가 흘린 말을 들은 모양이다. "뭐 대단한 건 아니고. 문구점의 분위기가 변하지 않는 게 좋아. 안심이 된다고 할까. 평소 내가 당연하게 여긴 일과 사람, 언제까지나 그대로 있을 거라고 내 멋대로 단정해놨던 것들에
멍하니 앉아 있는데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황급히 등을 폈다. 이런 모습을 후미 마담에게 보였다면 분명 꾸중을 들었으리라. "다른 사람이 보든 안 보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자신을 늘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또 하나의 나'를 마음속에 만들어둬야 해. 누가 뭐래도 자신을 속일 수는 없으니까." #리딩스타트
"서두르지 마세요. 6시까지 기지마 씨께 편지를 전해드리면 된다고 하셨지요? 아직 시간은 충분합니다. 정성껏 천천히 쓰십시오. 편지에는 쓰는 사람의 표정이 나타납니다. 특히 만년필로 쓴 글씨에는 웃는 얼굴, 우는 얼굴, 화난 얼굴, 기쁜 얼굴 다정한 얼굴까지 어떤 기분으로 쓰는지 그대로 드러나지요." "아…… 그렇군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은 없었지만 확실히 손글씨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