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그이가 나에게 동아리방 출입 금지를 통보했다. 동아리방에서 모두 나를 방출했다. 광화문에 현수막을 펼치며 방방곡곡 함께하자고 결의했던 전국의 대학생들에게 불신임, 해임되었다. 나와 함께 활동한 학생들은 하나같이 나에게 이용당했다고 입길을 하는 듯했다. 나는 후배들로부터 멀리해야 할 방사능 폐기물 같은 존재가 되었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그만 사라져야
내가 쉬고 있으면 그들이 동아리방들을 돌아다니며 우리 동아리 설립에 찬성한다는 서명을 대신 받아 주었다. ...어느 날은 대강당 1층의 가톨릭 학생회 뉴맨 선배들로부터 연락이 왔다. 나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이 투표를 했는데, 우리에게 동아리방을 양보하기로 했단다. 자리 잡은 지 20년이 훌쩍 넘은 역사 깊은 공간이었다. 학생회관 3층으로 들려서 옮겨지는 친구들을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았다. 오늘도 가끔 기절하듯까무룩까무룩 잠들면 불면증인지 가위눌림인지 나를절벽으로 던져 버린다. 그 녀석들이 좀비가 되어 나를물어뜯는다. 새벽 4시, 몸과 마음이 붕 뜬 듯 식은땀에잠이 깬다. 대상포진처럼 수포가 사라져도 남아 있는전기 고문 같은 통증처럼 찌리릿하다. 화석처럼 내 나이테 사이에 남았다. ... 나는 절멸하지 않았다. 여전히 멸종하지 않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