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동굴에 갇혀 살았다 해도 믿어줄 만큼 새하얀 얼굴에 연한 갈색 머리칼과 눈썹, 건포도처럼 또렷하게 박힌 진갈색 눈동자, 그리고 실온에 녹인 버터로 곱게 성형해낸 듯 매끈한 콧날과 연유를 머금은 듯 반들거리는 입매. 그를 보고 있자니 어느새 입안에 침이 고이고 온몸이 녹작하게 늘어졌다
“넌 신을 믿냐? 니가 신이라면 바닷가 모래알만큼이나 많은 인간들을 하나하나 설계하고 디자인하며 그 전능한 힘을 낭비하겠냐고? 모래알의 운명은 바람과 파도, 그리고 부피와 밀도가 저와 비슷한 다른 모래알들이 만들어가는 거야. 모든 모래알은 먼지가 되고 그 먼지는 흙으로 돌아가 다시 바위가 되겠지. 모래나 먼지나 흙이나 바위나 본질은 매한가지라고. 그 뻔한 사이클이 대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