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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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처음 태어났을 때의 상태와 같다. 3월까지 살아남았다는 이유로 마치라는 괴상한 이름을 가지게 된 여자 아기. 그 이름은 생존의 표식이자 상패였다. 이마치는 진작 그 이름을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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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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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잃은 여자들은 유령을 긴 양말처럼 질질 끌고 다닌다. 신지도 못 하고, 벗지도 못하고, 그것이 점점 커져 자신을 삼킬 때까지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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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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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개인 맞춤에 지속 기간이 짧은 VR 치료는 일명 귀족 치료라고 불렸다. 치료가 거듭될수록 인공지능은 학습을 반복해서 진실에 더 가까운 과거를 구현해냈다. 진실은 돈이 많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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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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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은 재생되지 않고 폐기되는 쪽으로 만들어졌어요. 노화가 진행될수록 세포에 작은 구멍이 하나둘 생기고, 점점 커지다가 마지막에 그 구멍으로 전부 빨려들어가버리는 거죠. 알츠하이머도 그 구멍 중의 하나예요.“제제는 이마치의 남은 기억을 토대로 일종의 뇌 지도를 만들 거라고 했다. 그녀가 기억하고 있는 것들로 가상현실 프로 그램을 구축하고, 이에 노출되었을 때 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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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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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기와 어둠. 그것은 곧 저 작은 아이의 몸을 가득 채울 것이고, 인생의 말년까지 떠나지 않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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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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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말을 잘 믿고, 별것 아닌 농담에도 깔깔 웃고, 모든 놀이에 흥미를 보였다. 언니가 있기 때문이었다. 언니가 그녀의 몫까지 불안과 두려움을 떠안았기 때문에 일곱 살 이마치는 아이다움을 간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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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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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출생했던 최초의 집. 그곳에는 클럽을 가진 아버지도, 병원에 바나나를 사 오는 아버지도, 딸의 탄생을 기념해 이름을 짓는 아버지도 없었다. 이마치는 12월생이었다. 한 해를 넘겨 3월까지 살아남았고, 누락된 출생신고를 할 경우 쌀을 준다는 소문에 등 떠밀린 어머니에게서 마치란 이름을 받았다. 그러니까 모든 게 거짓말이었다. 그럴듯한 유년을 위해, 환상을 위해, 경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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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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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나는 항상 내가 원하는 것과 반대로 선택하거든. 나를 믿을 수 없어서, 나 자신이 미워서, 내게 절대로 좋은 것을 주지 않아. 한평생 나를 벌주면서 살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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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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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그저 살기 위한 기록, 어쩌면 일기, 이제는 굳어버린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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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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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의 부요함, 따뜻함, 달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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