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는 회사에 있는 아홉 시간보다 퇴근 후 지하철에 타 있는 한 시간이 더 싫었다. 낯선 사람들의 겨드랑이 사이에 낀 채로 내릴 사람과 탈 사람의 눈치를 보며 필사적으로 내 자리를 사수해내는 그 시간이. 천장을 향해 고개를 삐죽 내밀고 있다 보면 숨도 잘 안 쉬어지는 것 같았고 무엇보다 손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난감했다. <소란한 속삭임>은 이렇게 시작된다. 묘사가 좋
”처음에는 제가 예민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렇게 세상이 시끄러운 건 뭔가 세상 자체에 단단히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억울하기도 했죠. 어쩌면 제가 그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 같은 예민한 사람이요. 물론 그럴 수 없었고요. 그런데 오늘 두리 씨 집에서 나는 소음을 해결하고 나니 뭔가 그건 세상의
명동 거리 한복판에서 피켓을 멘 채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쳐대는 사람이 떨린다고? 모아와 시내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수자를 바라봤다. 수자는 그것과 그것이 분명히 다르다고 했다. 예수 사랑을 외치는 일에는 분명한 믿음이 있는데 오카리나를 부는 일에는 그것만 한 믿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오카리나를 부는 일은 나를 믿는 일에 더 가깝다고. 시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잽을 받았으면 날릴 줄도 알아야지!" 수자의 말에 시내가 물었다."누구한테요?""세상한테!""그렇게 선량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게 되는 거예요. 수자 씨가 말하는 세상은 실체가 없는데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실체가 있단 말이에요.""시내 씨 말대로라면 피해를 입는 사람은 모두가 선량한가?"
누군가는 지속적으로 폐를 끼치고 누군가는 극도로 폐를 끼치지 않게 노력하고. 그건 어쩐지 좀 이상했다. 공평의 문제라기보다는 경계의 문제에 가까운 것 같았다. 어떤 사람이 아주 별일이라고 생각하는 무엇이 누군가에게는 그다지 별일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문제라는 게 발생하는 거다. 세상 어디에서든 문제는 일어나기 마련이니까.
“저는 슬퍼요.”“왜요?”“분명히 이유를 알고 있었는데 언젠가부터이유를 잃어버리고 슬픔만 남았어요.” 모아가 시내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부드럽게 속삭였다.“저는 반대예요. 슬픔은 잃어버리고 이유만 남았어요.”“그럼 어떻게 된 거예요?”“자꾸 이유들만 머리에 남아서 악에 받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