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누구에게도 특별히 호의적이지 않다, 그 사실을 알면서 걸을 때 내리는 진눈깨비. 이마를, 눈썹을, 뺨을 물큰하게 적시는 진눈깨비. 모든 것은 지나간다. 그 사실을 기억하며 걸을 때, 안간힘을 다해 움켜쥐어온 모든 게 기어이 사라지리 란 걸 알면서 걸을 때 내리는 진눈깨비. 비도 아니고 눈도 아닌 것. 얼음도 아니고 물도 아닌 것. 눈을 감아도 떠도, 걸음 을 멈춰도 더 빨리해
그러니 확언할 수도, 부인할 수도 없다. 그이가 나에게 때로 찾아왔었는지. 잠시 내 이마와 눈언저리에 머물렀었는지. 린 시절 내가 느낀 어떤 감각과 막연한 감정 가운데, 모르는 사이 그이로부터 건너온 것들이 있었는지. 어둑한 방에 누 추위를 느끼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니까. 죽지 마. 죽지 마라 제발. 해독할 수 없는 사랑과 고통의 목소리를 향 : 희끗한 빛과 체온이 있는
지금 이 도시는 새벽안개에 잠겨 있다. 하늘과 땅의 경계가 사라졌다. 내가 바라보는 창으로부터 사오 미터 거리에 서 있는 높다란 미루나무 두 그루가 먹색 윤 곽을 어렴풋이 드러내고 있을 뿐, 그 밖의 모든 것이 희다. 아니, 저것을 희다고 할 수 있을까? 검게 젖은 어둠을 차가운 입자마다 머금고, 이승과 저승 사이를 소리 없이 일렁이는 저 거대한 물의 움직임을? 흰것이란 #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