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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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가 태어나기 전 새엄마는 내게 말했다. 네가 내새끼였다면 벌써 반은 죽였어. 네가 내 새끼였다면 가만 안 두었다고. 중략"학자를 죽이고 싶어?" 새엄마는 살기 띤 눈으로 덤벼들 듯 말했다. "그게 무슨 개 같은 말이야?" 어른들은 자기가 한 말의 앞뒤 맥락을 생각해보지 않는다. 특히 아이들에게 한 말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거짓과 진실이 따로 없으며, 한 말을 잊고 안 한
s******n 2026.10.05.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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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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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작은 고구 마와 가장 큰 고구마를 양손에 쥐고, 나를 바라봐. 나는 관찰하지. 얼른 달라는 표정을 그냥 지어 보이는 거야. 어른들은 그런 걸 바라니까. 주세요, 하는 표정. 나에겐 그런 게 없어. 무엇이든 상관없으니 하나를 갖겠다는 순수한 열망. 무엇이든 상관없다니? 루비, 그런 열망을 가져본 적 있니? 생각하지 않고 가지려는 열망, 열망 자체. 관찰하지 않고 달겨드는 열망
s******n 2026.10.04.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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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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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참, 왜 이리 유난을 떠는 거야?" 새엄마는 말을 집어던지듯 했다. 재주라면 재주였다. "개미가 무서워." "개미는 네가 무섭겠지." "그렇다면 똑같지. 나는 개미가 무서우니까. 개미는 내가 무섭고 나는 개미가······." "그만 좀 해! 염병. 나는 네가 무섭다." 나는 새엄마가 원하는 대로 잠시 닥쳤다. "그렇지만 개미가 자꾸 내게 온단 말이야.""개미는 너에게 조금도 관심이 없어."
s******n 2026.10.04.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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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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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있다. 유년이 시절이라는 것. 유 년은 ’시절‘이 아니다. 어느 곳에서 멈추거나 끝나 지 않는다. 돌아온다. 지나갔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 컸다고 착각하는 틈을 비집고 돌아와 현재를 헤집어놓는다. 사랑에, 이별에, 지속되는 모든 생활에, 지리멸렬과 환멸 로 치환되는 그 모든 숨에 유년이 박혀 있다. 붉음과 빛남을 흉내낸 인조보석처럼. 박혀 있다. 어른의 행
s******n 2026.10.04.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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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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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이 지닌 아름다움은 인생에 도사린 위험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것이 가시 박힌 아름다움이란 걸 나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나는 미옥이 지나갈 때 타박하는 듯 한 눈길로 몸을 훑고 지나가는 어른들의 시선을 보았다. 아름다움은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지나칠 때는 더 그렇다. 누군가는 힐난하고, 누군가는 손에 쥐고 싶어 한다. 둘 다 공격적이긴 마찬가지다.
s******n 2026.10.04.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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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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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동안 생각했다. 사랑. 미움. 평생. 한순간. 엄마. 아빠. 지겨움. 냄새와 함께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서. 알 수 없을 땐 돌에 기대야 한다. 루비 같은 거. 붉은 돌 같은 거. 부수면 피 흘리는 거. 눈을 감아도 사라지지 않는 거. 가질 수 있지만 갖고 싶지 않은 거. 곧 내 인생에 등장하게 될 것이다.
내 ‘돌’은 무엇일까.
s******n 2026.10.04.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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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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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시작되는 건 한순간이다. 미움이 쌓이는 데엔 평생이 걸릴 수 있지만. 일곱 살 때 그걸 알았다. 그 반대가 아니란 것. 누군가를 미워하기 위해선 평생을 노력 해야 할 수도 있다는 걸. 단박에 알았다.
s******n 2026.10.04. 신고 공감0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