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

p.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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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잊는 건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기능이다. 망각이 있어서 나와 네 어머니는 이렇게 오랫동안 편안히 살 수 있었다. 망각은 네 부담을 줄여주고 미래를 가볍게 맞이하도록 해줄 거다. 네가 평생 평온하게 살길 바란다. 네 아이 세대가 되면 과거의 모든 것은 흔적조차 남지 않겠지
r******0 2026.08.02.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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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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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언제나 흥분을 자아낸다. 흥분과 별개로 색다른 자유도 선사한다. 어떤 사람과도 함께할 수 있고 누구와도 대화할 수 있다. 시간의 흐름을 잊어버리고 자신의 존재도 잊어버린다. 심지어 온종일, 때론 며칠씩이나 혼자 있는데도 고독이나 적막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는 온 세상과 나누는 대화 같다. 어떤 사람에게든 자유롭게 다가가 그 일에
a*******1 2026.07.29.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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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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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는 망각을 선택했고 너는 기록을 선택했어. 하지만 네가 기록하는 이상 내가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그리고 진실은, 칭린은 냉소를 지었다, 진실이 어떻게 언어와 글로 표현될 수 있겠니? 세상의 어떤 일도 진정한 진실을 가질 수 없는데.
a*******1 2026.07.29.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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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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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린은 알기 싫은 일을 알려 하지 않는 것도 강함의 또다른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긴 시간이 진실의 모든 것을 연매장했다. 설령 안다고 해도, 그게 진실의 모든 것이라고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a*******1 2026.07.29.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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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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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린은 문득 놀랍고 기이한 일들이 우리 곁을 수시로 스쳐지나가는 데 우리가 대수롭지 않은 태도로 넘기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렇게 무심히 넘긴 일들의 뒤편에는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a*******1 2026.07.29.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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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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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가문이라는 개념이 없던 칭린에게 갑자기 어떤 지역의 사람들, 유서 깊은 지역의 사람들과 친밀한 혈연관계가 생긴 듯했다. 그는 자신의 핏줄이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거대한 체계와 연결되는 기분이었다. 그들의 피가 통하고 흐르기 시작했다.
a*******1 2026.07.29.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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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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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길어지면 이해하기 힘들 일들도 단순해지고 자연스러워지지 않던가. 시간의 소화력이란 강력해서 아무리 강렬한 감정이라도 밋밋하게, 엄청난 결심도 무기력하게 바꿀 수 있음을 칭린은 잘 알고 있었다.
a*******1 2026.07.29.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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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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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많은 흙을 메웠는지 몰랐다. 평소에는 아침부터 밤까지 재잘재잘, 바스락바스락 울리던 집안의 소리가 전부 사라졌다. 한때 미소 짓던, 슬퍼하던, 키득거리던, 찡그리던, 침울해 하던 얼굴이 전부 똑같이 변해버렸다.
a*******1 2026.07.29.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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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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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말에 담긴 의분과 탄식, 슬픔 같은 감정은 옆에서 귀를 기울일 때만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것들이었다. 칭린은 머릿속으로 그의 전투와 전우애를 복원해보려 애썼지만, 역시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의 감정도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낯선 그 모든 것을 전설처럼 생각하며 열심히 듣는 수밖에 없었다.
a*******1 2026.07.29. 신고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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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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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작가의 말"사람이 죽은 뒤 관이라는 보호막도 없이 곧장 흙에 묻히는 것이 연매장이다. 그리고 살아 있는 사람이 과거를 단호하게 끊어내고, 이를 봉인하거나 내버린 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기억을 거부하는 것도 시간에 연매장되는 것이다. 일단 연매장되면 영원히, 대대 손손 누구도 알 수 없다.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단순했다. 나는 내가 아는 것과 느낀 것, 내 의혹과 고
r******0 2026.07.25. 신고 공감0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