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_윤진화 잘 지냈나요? 나는 아직도 봄이면서 무럭무럭 늙고 있습니다. 그래요, 근래 '잘 늙는다'는 것에 대해 고민합니다. 달이 '지는'것, 꽃이 '지는'것에 대해서도 생각합니다. 왜 아름다운 것들은 이기는 편이 아니라 지는 편일까요. 잘 늙는다는 것은 잘 지는 것이겠지요. 세계라는 아름다운 단어를 읊조립니다. 당신이 보낸 편지속에 가득한 혁명을 보았습니다. 아름다운 세계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_정희정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볼 때 어느 겨울인들 우리들의 사랑을 춥게 하리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 어느 날 당신과 내
사랑_양애경 둘이 같이 가고 있는 줄 알았는데 문득 정신 차려 보니 혼자 걷고 있습니다 어느 골목에서 다시 만나지겠지 앞으로 더 걷다가 갈증이 나서 목을 축일만한 가게라도 만나지겠지 앞으로 더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참 많이도 왔습니다 인연이 끝나고 계속 앞으로 걸어간다고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온 길을 되짚어 걸어가야 합니다 많이 왔을수록 혼자 돌아
무지개를 사랑한 걸_허영자 무지개를 사랑한 걸 후회하지 말자 풀잎에 맺힌 이슬 땅바닥을 기는 개미 그런 미물을 사랑한 걸 결코 부끄러워하지 말자 그 덧없음 그 사소함 그 하잘 것 없음이 그때 사랑하던 때에 순금보다 값지고 영원보다 길었던 걸 새겨두자 눈멀었던 그 시간 이 세상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기쁨이며 어여쁨이었던 걸 길이길이 마음에 새겨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