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모의 삶이 우리 안에 새겨져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그들의 실수를 되풀이하게 만드는 유혹만이 우리 앞에 놓인 유일한 운명이 아닐까. 아무리 노력해도 우리는 절대 우리의 핏줄을 흐르는 피를 이길 수 없을지 몰랐다. 아니면. 아니면 우리는 태어난 순간부터 자유로운 몸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무엇을 하든 자신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엄마가 가지고 있던 물건이 가득 담긴 상자를 자기에게 주는 모습이었다. 마치 모든 부모가 자신의 아이에게 상자를 건네듯이. 준은 자신의 경험과 보물, 가슴 아픈 일들로 꽉 찬 이 상자를 아이들에게 주었다. 그녀의 죄책감과 즐거움, 승리와 패배, 가치관과 편견, 의무와 슬픔. 그리고 니나는 이 상자의 무게를 온전히 다 느끼며 평생 들고 다녔다. 하지만 정작 꽉 찬 상자를 들고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