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본질이 죽음을 공부함으로써 삶의 지혜를 배우는 데에 있듯, 이 소설의 바닥에는 가족을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가 있고 그림자에서 빛을 학습하는 아이의 성장이 있다. ‘나’는 고작 세 살 먹은 아기를 교통사고로 떠나보낸 엄마가 혹시라도 세상을 놓아 버리진 않을까 근심 속에서 염탐하며 자신이 엄마의 손잡이가 되어 주려 애쓴다. 가출 청소년이 되고 싶을 때마다 안전한 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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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잖아, 전부 농담인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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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의 기능에 어떤 기대도 품지 않고 그냥 다 포기하고 웃을 수 있을 때 웃어 두는 거, 저는 이 방식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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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고통을 적절하게 다룰 줄 아는 성숙한 화자한테만 귀를 기울여 줄 거라는 거예요. 이기적이고 재수 없어요. 그러니까 아예 고통이니 승화니, 주제넘는 말을 하지 말라고요.

말할수록 짜증이 나요. 고통의 승화라고요, 웃음으로 눈물 닦기라고요. 저는 모르겠어요. 그냥 세상 많은 것이 영원히 끔찍해요. 아무리 농담해도 가벼워지지 않는다고요. 승화가 안 돼요. 눈물이 안 닦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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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손길을 탄 바람에 약간 낯설어진 자취방에서 혼자 쭈뼛대다가 야동을 틀어 버리기도. 야동에 집중하며 나의 혼을 한쪽에 빼놓는 셈이었다. 엄마가 이 집에 있다면 절대 못 할 행동을 곧장 실행하며 ‘여긴 내 것!’ 공간의 기강을 잡는 것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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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본가로 가기 전날 밤, 나는 꼭 홍제천으로 달려 나가 한동안 뛰었다. 엄마를 기차 태워 보낸 뒤엔 내가 꼭 회까닥하기에 미리미리 나를 다잡아 놓으려고. 엄마가 가 버리면 나는 꺼이꺼이 울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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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전날 밤부터 턱이 달달 떨린다고 했다.

‘내일은 너무 아프면 다 때려치우겠다고 해야지.’

이렇듯 유치한 다짐을 하고 나면 기분이 조금 나아진다고, 그럼에도 정작 그만둔다는 소리는 나오질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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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른 간병인들을 곁눈질하며 그들이 환자를 어떻게 돌보는지 관찰했다. 그들은 TV를 보며 환자의 팔다리를 주무르고 간이침대에 누워 잠시 휴대폰 게임을 하다, 다시 일어나 대소변을 받아 냈다. 그 업무 스타일이 뭐랄까, 지극정성과는 거리가 멀었고 직무 유기와는 더욱 멀었다. 그들은 진짜 베테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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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그렇게 다 흩어져 버리면, 나중에 만에 하나 아빠가 그리워졌을 때 나는 어디에 가야 하나, 누구를 찾아가야 하나. 무엇보다 아빠가 자신의 죽음과 관련한 결정을 벌써부터 내린 점이 서운했고 재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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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진짜 안 좋게 한 건 엄마가 혼자 멀뚱히 앉아 익숙한 밝기의 빛이 새어 나오는 우리 집 창을 가만 올려다보고 있었을 시간. 목 타고 어지러운 시간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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