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장래 숱한 고난을 겪고 숱한 비극을 겪은 뒤에 태조 적부터 면면히 물려 내려온 사직의 소멸까지 친히 눈으로 보고, 왕자로서 능히 겪기 어려운 가지가지의 일을 다 보아야 할 비극적 운명을 타고난 소년이었다. 영특한 눈, 총명한 눈으로 잠시 아버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아버지의 한 말을 듣지를 못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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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의 자격을 알아야 한다. 자기가 가장 윗사람이고, 따라서 만인의 표본이 돼야 할 사람인 줄을 알아야 한다. 또 남을 눈 아래로 볼 줄도 알아야 한다. 호령할 만한 사람이나 호령할 만한 일이 있을 때는 호령도 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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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집을 허락하지 않고 높은 문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작다랗고 낮게 지은 집 안에는 비교적 거대한 체격의 주인인 시민들이 들썩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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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감! 양녕 대군이 됩소사. 결코, 세상이 평하는 바와 같은 대감이 아니시기를 바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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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감과 우리와는 촌수로 보자면 육촌 형제, 항간에서는 그다지 먼 일가가 아니건만, 우리는 왜 그다지도 소원히 지냅니까?”

왜 소원히 지내느냐? ‘저것을 좀 저편으로 밀어주세요.’?지금부터 십이 년 전, 사랑하는 아드님 헌종이 대비의 무릎에 누워서 임종 시에 어보를 가리키며 한 말을 대비는 지금 추상하는 모양이었다. 어보라는 것이 대체 무엇이길래, 모자지간 근친지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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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악정 아래서도 반항이라는 것을 할 줄을 모르는 이 어질고 착하고 기운 없는 백성과, 선정은 베풀고 싶지만 대신들의 낯이 어려워서 행하지 못하는 상감과, ‘선정’이라는 말과 ‘악정’이라는 말의 의의도 모르는 위정자들과, ‘의식’이라는 것을 인생의 최대 중요사로 여기고 있는 선비들?이런 사람들의 모임인 조선이라는 나라에 신유년이 고요히 타고 넘어갔다. 비가 오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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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위고 창백한 얼굴이지만, 한번 그 눈을 크게 뜰 때는 등골로는 소름이 쭉 끼쳤다.

천연히 구비된 위풍?일조일석에 배우거나 스스로 짓지 못할, 그것은 왕자의 위엄이었다.

눈을 고요히 감고, 고요한 말로 하는 한마디의 명령이라도, 앞에 있는 사람은 마음이 송구하여져서 저절로 시행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그 위풍?이것은 결코 배우거나 연습하여서 될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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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은 흥선 대원군, 주상 전하의 사친이오.”

놀라운 성량?그 넓은 뜰에 태공의 말은 우렁차게 울리어 나갔다.

“대왕대비 전하의 어명으로 오늘부터 유충하신 주상 전하를 협찬해서 이 사람이 대정을 보기로 합니다. 국정이 극도로 피폐한 오늘, 대소 백관들의 협력을 바라오.”

취임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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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로 거대한 야욕의 공전절후의 성공이었다. 항상 계획을 하며 진행을 시키면서도 일변으로는 스스로 코웃음 치고 싶던 이 야욕이 오늘날 성공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그사이 십수 년간을 시정에 배회하며 시민들과 무릎을 마주 겯고 사귀면서 보고 들은 지식에 의지하여 그들에게서 고통과 중하重荷를 제하고, 이 나라로 하여금 굳센 나라가 되게 하고, 이 백성으로 하여금 가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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