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

p.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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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는 사랑의 누룩이며, 이제 나는 상처를 원경으로 삼지 않은 사랑이라는 걸 더는 알지 못하게 되었다. 상처는 필연이고 용서는 선택이지만, 어쩌면 상처를 가만히 들여다봄으로 인해, 상처를 만짐으로 인해, 상처를 통해서만 다가갈 수 있는 대상이, 세상에는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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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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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로 와. 네가 직접.” “내용은 줄줄 읊지 않아도 되니까. 나를 읽어.“ ”줄곧 내 옆에 있으면서 나만, 그러니까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나를……“ ”하지만 당신만은 절대로 안 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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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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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선택이 그 사람도 구할 수 있다. 이런 걸 보고 무슨 의미인지 몰랐다는 건 말이 안 되지. 너는 이걸 봤을 때부터 바보가 아닌 이상 이미 그놈이 뭐하는 놈인지 정도는 염두에 두었던 거고, 몇 마디 허울좋은 말에 홀랑 넘어가서 나를 팔아넘기려고 들었던 거야. 그런데 그보다 더 맘에 안 드는건.” 말하고서 뻗어오는 손이 목을 잡아 누를 것처럼 핏줄이 불거져 있어서 오히려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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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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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 이제라도 그만두고 어디 다른 나라로 함께 도망가자고, 아무도 우리를 모르는 곳에서 시작하자고 말해볼 수는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하겠다고 그가 대답만 해준다면, 나는 마지못해서가 아니라 마음의 잔을 기울여 그가 기다리는 대답을 누설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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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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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몸에서 입술을 거두고서 오언은 후크를 걸고 지퍼를 목뒤 끝까지 채우더니 내 어깨에 무게를 살짝 실어 오래도록 끌어안은 채로 숨을 고르다가, 이불을 덮어주고 불을 끈 다음 방을 나가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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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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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책을 읽고 난 뒤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 그게 가장 일어나기 쉬운 일입니다. 무용하면 무용한 대로 다만 이어가는 것, 그것이 읽기 아닐까요. 읽기의 자리에 살기를 넣으면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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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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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한다고 먼저 말하기 어렵다면, 어느 날 내가 물었을 때 대답만 해. 또는 내가 손 내밀면 잡아. 어느 쪽 반응도 없다면, 아닌 걸로 알아들을 테고, 대답 없이 건드리지 않도록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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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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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물며 배움의 과잉은, 무엇을 배우는지가 때로는 관건이겠습니다만 인간에게 시간이 남아 있는 한 아무리 넘쳐도 해로울 것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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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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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이든 진심이든 그건 사람의 진정한 삶에 속해 있는 거라고 보통 간주되곤 하잖아. 그런 의미에서 나는 삶을 구태여 살아가기까지 하는 건 바라지 않았고, 삶을 산다는 감각 정도만 남아 있으면 그만이었어. 삶과 비슷한 뉘앙스를 띤 무언가면 그걸로 충문하지, 그게 꼭 삶이어야만 할 필요는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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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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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보다는 희극이 좋아?” “뭐든 상관없지 않나요. 어차피 다 거짓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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