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한낮은 힘과 뜻을 다해 일에 온전히 매달리는, 그야말로 삶이 만개하는 시기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땅거미가 내려 앉는 시점이기도 하다. 인생의 후반전이 열리는 것이다. ... 정오의 해가 이울면서 내리막이 시작되고 아침에 가졌던 가치와 이상이 뒤바뀌는 흐름이 뚜렷해진다.
나는 할머니를 생각해도 슬프거나 우울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아요. 오히려 따듯한 미소가 먼저 기억나죠. 하얗게 센 머리칼과 온화한 낯빛이 멋진 분이었어요. 안고 뽀뽀해주실 때마다 한없이 포근했어요. 푹신한 의자에 앉아서, 아빠와 엄마, 형님 누나와 동생들, 공부와 성직자 노릇, 앞날에 대한 계획과 소망에 관한 이야기를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귀 기울여 들어주셨조. 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