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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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빛나는 건 전부 문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지, 다리를 감싼 팔을 풀고 한 발 한 발 어둠을 쓸며 다가갔다, 삐거덕 삐거덕, 빛과 어둠이 갈리면 이런 소리가 날까, 서로 맞닿으면 아름답기도 하고 아프기도 한데, 찻잔들 속에서 빛나는 팔각 찻잔, 네모진 여덟 면이 문처럼 보였다, 조심스럽게 찻잔을 들어올렸다, 나를 높이 데려가려는 마음으로 _'한 모금의 문' 에서
m******0 2025.12.03. 신고 공감0 댓글0
만약에 우리가 사랑의 한계점을 넘어 헛돌더라도 멈출 줄 아는 지혜 따위는 신의 강에 던져버리자 그 강도 언젠가 우리가 우리를 잃었던 날들처럼 영원성을 잃고 서글픈 바닥을 보일 테지만 괜찮아, 우리의 성급한 이성은 잠든 악마의 서랍 속에 넣고 위험한 놀이를 하듯 다시 운명을 꺼내면 되니까 그리고 우리가 가진 가장 희고 유순한 마음을 날개처럼 달아주는 거야 소멸 직전의 진
m******0 2025.12.02. 신고 공감0 댓글0
종이책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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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 지하 단칸방 경비실에 우두커니 앉아 들락거리는 사람을 보고 또 보고 앉았다 일어났다 혼자는 반복을 거듭한다 남은 몇 개의 이로 물컹한 두부를 씹다가 금이 간 벽 거울에서 어둑한 얼굴을 맞닥트리고 거울 밖의 혼자와 거울 속의 혼자가 파르르 몸을 떨었다 혼자는 서둘러 전기 포트를 켰다 물이 끓어오를 때까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포트 주둥이 밖으로 물방울이
m******0 2025.12.01. 신고 공감0 댓글0
종이책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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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그랬잖아, 세상은 자신을 바닥 깊이 버려야 좋아한다고, 어느 날 영수증처럼 어디에 버렸는지도 모르게 되더라고 '자신이 들어온다' 에서
m******0 2025.11.30. 신고 공감0 댓글0
종이책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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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괜찮다, 하면 무엇이 자라날까 희망은 돌처럼 딱딱해질까 돌처럼 희망이 단단해질까 너를 내 꿈속으로 데려갔다 울지 않는 나무가 자라는 곳으로 뿌리깊은 웃음만 무성한 곳으로 너는 시큰둥한 얼굴로 앉아 있다 머리 위로 쿵, 새알 같은 것이 떨어졌다 이리저리 굴려도 깨지지 않았다 죽어가는 나무들 사이로 내달리는 너 절벽 앞에 다다르자 그것을 힘껏 차올렸다 나는
m******0 2025.11.29. 신고 공감1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