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분단 교착화 이후의 남한 현대문학의 출발점을 휴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으로 설정한 뒤 "나는 그 시작을 황순원으로 정하면서 한편으로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그가 있어서 채워야 할 여백과 새로 나아갈 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믿는다. 하얀 한지에 짙은 먹으로 찍힌 난의 잎새처럼 그의 세계는 섬세하고 부드럽지만 비바람에 시달린 기개가 엿보다"고 말한다.
"네 가시지요. 양심이란 손의 가십니다. 빼어버리면 아무렇지도 않은데 공연히 그냥 두고 건드릴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는 거야요. 윤리요? 윤리, 그건 나이롱 빤쯔 같은 것이죠. 입으나마나 불알이 덜렁 비쳐 보이기는 매한가지죠. 관습이오? 그건 소녀의 머리 위에 달린 리봉이라고나 할까요? 있으면 예쁠 수도 있어요. 그러나 없대서 뭐 별일도 없어요. 그건 마치 허수아비 같은 것입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