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이 아이는 계속 날 미워했던 거야. 그리고 난 그걸 알면서도 계속 모른 척했던 거야. "아빠는 신한테 빌 소원이 엄청 많은가 보네." 키쿠오가 유독 오래 기도를 하는 걸 보고 옆에서 아야노가 웃으며 말합니다. "아빠는 지금 신하고 이야기한 게 아니야. 악마하고 거래한 거지." "여기에 악마도 있어? "그래, 있고말고." "그 악마하고 무슨 거래를 했는데?" "가부키를 잘하게 해
여장 배우에게 필요한 절대적인 위엄이라고 말하기는 쉽지만, 그렇다면 그게 실제로 어떤 건지는 키쿠오 본인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예를 들어 타케시가 분장실 복도에 서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선배 배우가 들어와도 된다고 허락하는 걸 기다리고 있는지, 아니면 단지 시간을 주체 못하는 건지, 아무튼 벽에 기댄 채 지루함을 달래려고 다리를 흔들며 그 눈은 더러운 바닥을 향
아침에 눈뜰 때부터 밤에 잠들 때까지, 이 녀석 머릿 속엔 무대에 관한 것밖에 없어. 네가 병에 걸려도, 아무리 힘들어 해도, 아무리 울고불고하면서 매달려도 이 자식은 무대에 오를 거야 해. 너 같은 건······." 거의 울먹이는 센고로 앞에서, 마치 서로를 감싸듯 몸을 움츠리는 아키코와 키쿠오. 집 밖에서는 또 빵빵빵빵, 하는 경적 소리. 그리고······. "후지미야 씨, 계세요? 이거
"····· 그 키쿠오 씨로 말하자면,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본인이 인형극의 인형 같은 사람이니까. 어떻게 보면 이 배역에는 안성맞춤이야. 하지만 얼굴만 아름다운 배우로 계속 남는다는 건 비극이거든. 생각해 봐, 화려한 무대가 끝나고 어둑어둑한 창고 구석에 처박혔는데도 얼굴은 계속 아름다운 거잖아. 뭐든 웃어넘겨야 하는 지금 같은 시대에, 그건 너무나도 비극적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