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은 여리고 겁이 많아. 겁나게 흐물흐물해. 우린 흐물흐물한 종족이라고. 누구든지 30분만 붙잡고 대화해보면 그 사람이 하는 모든 건 그저 스스로가 무너지지 않게 지키려고 동원하는 꼼수라는 걸 알게 돼. 교도관이든, 교사든, 점장이든, 정신과 의사든, 심지어 아버지든, 누구든······ 그리고 네가 좋아하는 그 한심한 장군들도 마찬가지야. 사람들은 강해 보이는 허울을
어떤 사람들이 앞서 죽어버리면 우리는 별안간 그들을 담는 상자가 되는 것 같다고 하이는 생각했다. 아무도 본 적 없는 것들을 상자 안에 보관하고서, 죽은 채로 살아 있는 자들의 기억을 간직한 관이 되어 계속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상자로 뭘 어떻게 해야 할까? 그걸 어디다 두어야 하는 걸까?
“그 애와 같이 있으면 · · · · ." 하이는 말했다. "딱히 행복했던 건 아니에요. 하지만 괜찮았어요. 괜찮은 건 행복한 것보다 좋은 거예요. 더 오래갈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그는 고개를 돌렸다가 그라지나가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는 눈을 마주하고 흠칫 놀랐다. "괜찮음은 과소평가돼 있어요. 과소평가가 무슨 말인지 알죠?"
그들 중에는 의사, 변호사, 관리인, 군소 정치인, 공무원, 파일럿, 제빵사, 바텐더도 있었다. 다양하게 분산되었던 삶의 주둔지들이 균등해지는 곳, 유일하게 진정한 평등주의가 실현되는 아메리칸 드림의 공간 -요양원. 이곳에서 과거는 그것이 당신에게 한 일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때때로 이런 '집'은 늙어가는 몸, 주름진 종이 같은 피부, 누런 진물이 흐르는 상처, 몇 주씩 사라
"가끔은 착해지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싶어져. 하지만 착함은 나를 선택하지 않아. 그냥 그러질 않더라고. 나는 착해지는 데 소질이 없어." "그건 변할 수 있어." 하이가 말했다. "그걸 성장이라고, 배움이라 고 불러. 사람들은……" “하지만 진실은 결코 변하지 않잖아. 거짓만 변하지."
정류장에서 너와 함께 벤치에 앉아 있는 나. 바로 그거라고. 그 밖의 모든 것, 내가 하는 것, 내가 해온 것, 이런저런 목표며 약속들, 그런건 다 유령이야. 대부분의 유령은 사람 몸 안에 깃들어 있어서 죽고 나서 빠져나갈 날을 기다리지. 하지만 내 유령은 산산조각났어." 그는 드문드문 흩어진 나무들을 턱짓했다. "온 사방에 흩어져 있다고. 내가 걸려 넘어진 곳들마다 내 유령 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