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걸어가던 세월은 뛰어서 가고, 뛰어가던 세월은 날아서 간다. 어디가 목표인지 모르겠지만 시간은 무섭게 속도를 낸다. 때로 그것은 폭주 기관차 같거나 초음속 스텔스기 같다. 미쳐버린 저 시간을 멈추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가속도 붙은 시간을 멈추게 하는 방법은 나 스스로 멈추는 것밖에 없다. 내 앞에 펼쳐지는 현실을 분주함에서 고요함으로 바꾼다. 그것은 내 앞에 놓여 있
이대로 잠들어 아침이 와도 눈뜨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나 또한 했던 날이 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막막함 속에서 이대로 눈감아버리면 모든 게 끝나지 않을까 절망하는 날은 슈베르트 같은 천재가 아니라도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아침이 오면 우리는 다시 눈을 뜨고, 막막함과 부대끼며 또 살아가야 한다. 죽을 것 같지만 인생은 여전히 슬픔 뒤에 기쁨이 오고, 절망 뒤
언젠가부터 마음의 움직임이 생기면 즉시 그것을 실천에 옮긴다. 머뭇거리고 미루고 할 시간이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남은 시간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며 행복이란 지금 이 순간 누려야 하는 것이라 깨달은 것이다. 행복하려면 지금 여기서 행복해야 한다. 과거에 행복했던 일은 지나간 사건일 뿐 다시 쥘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미래 또한 마찬가지다. 오지 않은 행복은 오다가 어디로
자리도 마찬가지다. 옮기면 그 자리는 그 자리가 아니다. 자리는 당신이 잠깐 앉아 있는 의자와 같다. 자리가 당신이 아닌 것이다. 자리는 당신에게 이야기를 만들어줄 뿐 진정한 구원이 아니다. 구원이란 무엇인가? 구원이란 행복을 뜻한다. 이때의 행복은 소유를 말하는 게 아니다. 그것이 자리이건 물질이건 가지지 않은 상태에서 느끼는 행복이 구원이다. 그 외엔 신기루일 뿐이다. #
더 늦기 전에 사진 하나 찍어둬야겠다. 어머니 가신 지 많은 세월 지났지만 더 늦기 전에 아이들에게 할머니 이름을 가르쳐줘야겠다. 너희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엄마도, 할머니도 이름이 있다는 사실을 더 늦기 전에 알려줘야겠다. 더 늦기 전에 어릴 적 살던 집을 찾아 그 집 기둥에 금 그어둔 키 자란 흔적이 남아 있는지 확인해야겠다. 더 늦기 전에 정말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여우고개를 넘자 불현듯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어쩔 수 없이 헤어졌지만 끝내 헤어질 수 없는 사람이 세상엔 있다. 여우가 사라지듯 기억 밖으로 사라져도 남기고 간 글 한 줄을 지울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이별이 두려워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죽음이 두려워 숨 쉬지 않는 것과 같다.’ 한 줄의 그 문장이 체로키 인디언의 격언이라는 것을 알게 된 건 훨씬 더 세월이 지난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