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에 오두막에서 아내와 딸이 후드의 사르사를 마시던 순간이 보였다. 그다음에는 기억 속에 전혀 존재하지 않는 다른 오두막이 나타나고, 그의 숨겨진 유년 시절에 갔던 장소들, 광대한 황금빛 밀밭, 길 위에서 아지랑이처럼 이글거리는 열기, 그를 감싼 두 팔, 다정한 여자의 목소리가 차례로 나타났다. 이번 생의 모든 수수께끼가 풀린 기분이었다. 엔진이 다시 부르릉 거리고 비
3년이 더 흐른 뒤 그는 옛날 집이 있던 바로 그 자리에 지은 두 번째 오두막에 살고 있었다. 이제는 밤에 잠도 잘 잤고, 꿈에 기차를 자주 보았다. 특히 자주 나오는 기차가 있었는데, 그는 석탄 연기 냄새를 맡으며 그 기차에 타고 있었다. 세상이 휙휙 지나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는 그 세상 속에 서 있고, 기차 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이런 장면 이 어렴풋이 친숙한 것을 보고 그는
"얼마나 착한 애였는데." 핑컴 부인이 말했다. "아직 이렇게나 젊은데. 아직 이렇게나 젊은데!" 부인은 성난 사람처럼 일어서서 척척 헛간 밖으로 걸어나가더니 2번 고속 도로 옆에서 걸음을 멈췄다.그레이니어는 전에도 죽은 사람을 본 적이 있지만, 실 제로 죽는 모습을 본 적은 없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이 자리를 떠나야 할 것 같기도 하고, 떠
그 지역의 거의 모든 사람이 로버트 그레이니어를 알았지만, 1968년 11월 언제쯤에 잠을 자다 숨을 거둔 그가 가을과 겨울 내내 오두막에 혼자 누워 있었어도 그를 궁금해 하는 사람이 없었다. 봄에 등산객 두 명이 우연히 그의 시신을 발견하고는, 다음 날 의사를 데리고 왔다. 의사는 사망증명서를 작성한 뒤 두 등산객과 함께 오두막에 기대어져 있던 삽으로 땅을 파서 마당에 무덤을
그레이니어는 여든 살이 넘어서 1960년대까지 살았다. 살아 있는 동안 태평양에서 수십 마일 떨어진 서부까지 여행한 적도 있지만, 바다를 직접 본 적은 없었다. 동쪽으로 가장 멀리 간 곳은 몬태나주 경계선 안쪽으로 40마일 거리인 리비였다. 그가 사랑한 사람은 한 명, 아내 글래디스였으며, 재산은 땅 1에이커, 말 두마리, 수레 한 대였다. #리딩스타트
그는 창가에 서서 아이를 지켜보았다. 찬란한 새벽빛 속에서 아이는 기어가다 걸음을 멈추고 몸을 옆으로 비틀어, 다리에 감겨 있는 것을 물어뜯었다. 여느 늑대나 개가 할 만한 행동이었다. 아이는 속도를 크게 내지 못한 채, 강으로 이어진 길을 계속 따라갔다. 그는 아이를 따라가 다시 데려올 생각이었지만, 실제로 뛰어나가지는 않았다. #리딩스타트
램프의 불빛을 받은 아이의 눈이 초록색으로 반짝였다. 여느 늑대의 눈과 똑같았다. 아이의 얼굴 또한 늑대와 같았으나 털이 없었다."케이트?" 그가 말했다. "너니?" 그랬다.아이의 그 무엇도 그에게 대답을 알려주지 않았지만, 그는 그냥 알았다. 이 아이는 그의 딸이었다. #리딩스타트
그는 숲 속 오두막에서 혼잣말을 하다가 자기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참이었다. 심지어 개도 어디를 돌아다니고 있는지 밤이 되었는데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화덕의 틈새에서 밝게 너울거리는 불꽃을, 커튼처럼 점점 사방을 에워싸고 있는 칠흑같은 어둠을 빤히 바라보았다. #리딩스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