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책상 앞에 앉아서 쓰고 있다. 작가로서 쓰고, 카피라이터로서 쓰고 있다. 오독오독 북클럽 대장으로서도 쓰고 있다. 먹고 살기 위해 쓰고, 나로 살기 위해 쓰고 있다. 계속 쓰고 있다. 어떤 의심도 없이, 어떤 주저함도 없이 쓸 수 있는 문장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계속 쓸 것이다'. 계속 쓰고 싶은 사람이고 싶으니까. 계속 쓰는 한 계속 쓰는 사람이 될 수 있으니까. 계속
읽고, 보고, 듣고, 경험하고, 지금까지 말한 그 모든 행위 가 마지막에 '쓰다'에 도착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점일 지도 모른다. 나는 읽고서 쓰고, 보고서 쓰고, 듣고서 쓰고, 경험하고서 쓴다. 뛰어난 문장가도 아니면서, 그럴듯한 시 나 소설이나 에세이를 쓰는 것도 아니면서 나는 쓴다. 그것 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쓴다. 아무도 못 보는 곳에 도 쓰고, 모두가 보는 곳에도
내겐 두 개의 세계가 있다. 언어로 이루어진 세계와 언어가 힘을 잃는 세계. 언어로 이루어진 세계가 있어 나는 일을 하고 밥을 먹고 살아갈 수 있다. 이 세계 안에서 나는 내게 가혹하다. 쉽게 만족할 줄 모르고, 작은 실수도 용납할 줄 모른다. 어쩔 수 없다. 이것이 나의 일이기 때문에. #리딩스타트
문득문득 선생님의 말이 생각날 때가 있다. 계속했으니까 안 거다. 그만두지 않았으니까 안 거다. 지치지 않았으니까 그 열매를 맛본 거다. 지쳐도 계속했으니까 그 순간의 단 맛을 볼 수 있었던 거다. 이게 뭐가 될까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뭐가 될 거라고 기대를 했다면, 꿈에 부풀었다면, 내 손이 원망스러웠을 것이다. 재능 없음에 한탄했을 것이다. 쉽사리 나가떨어졌을 것이다. 하
그래서 오늘도 나는 뭔가를 한다. 새로운 것들을 경험한다. 새로운 것을 배운다. 그리고 행복해한다. 비옥한 토양의 주인이 되어 비옥한 웃음을 짓는다. 나는 알고 있다. 그 땅엔 이미 '나'라는 나무가 자라고 있다는 것을. 그 나무가 행복하게 자랐으면 좋겠다. 그 이상을 바란 적은 없다. 그것만으로도 차고 넘친다. #리딩스타트
나는 60살의 나를 모른다.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그렇기 에 그 모든 세월을 통과한 노인들을 볼 때면 늘 뛰어가서 사진을 찍는 걸지도 모른다. 그들 각각의 시간을 사진으로 찍으며 막연하게 나의 시간을 상상해보는 걸지도 모른다. 60이 되었을 때 나의 색깔. 그 상상만으로도 마음은 이미 핑크빛으로 두근거린다. #리딩스타트
헤맬 때마다 보석이 내 손 위로 후두둑 떨어진다. 행복이라는 감정이 차올라 목 끝까지 간지럽힌다. 그렇게 행복한 감정으로 길을 걷노라면 또 다른 것들이 보인다. 낡은 벽 을 좋아하는 낡은 내가 좋다. 그런 나라서 언제, 어느 도시 에서라도 나는 쉽게 행복하다. #리딩스타트
무엇보다도, 벽들이 고스란히 살아남았다. 그리하여 알 파마 지구에서 내가 한 일은 없었다. 다만 헤맸다. 끊임없이 헤맸다. 온갖 벽들이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찍고 돌아서면 뒷벽이 말을 걸었다. 오른쪽으로 틀면 왼쪽 벽이 말을 걸었 다. 방금 지나갔던 그 벽이 이번에는 햇살을 머금고 말을 걸 었다. 어젯밤에 분명 찍었던 벽이 오늘 아침에는 전혀 다르 게 보였다. 집 앞 슈퍼에 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