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한테 진작 말하지 않았던 건 그 선생이 아무한테도 말 하면 안 된다고 했기 때문이야. 나는 그때 어렸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따를 만큼 어렸지만, 넌 아니잖아. 어떤 어려움은 혼자 이겨 낼 필요도 없고, 이겨 낼 수도 없어 그러니까 당하고만 있지 말고 경찰이든 담임한테든 말해. 신경 쓰이니까 이제 학교 빠지지 마라."
친구가 없으니 모둠에 들어가기도 힘들뿐더러 간신히 모둠에 끼어 봤자 열심히 하는 아이는 한두 명 정도다. 재승도 열정적 으로 참여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폐를 끼친 기억은 없다. 가장 불만인 건 열심히 한 녀석이나 그렇지 않은 녀석이나 똑같은 점수를 받는, 그야말로 불공평한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1. 블랙북은 전체적으로 검은색이다. 크기는 가로 12cm, 세로 15cm. 2. 오늘 날짜가 적힌 페이지만 하얀색이다 3. 사용자는 내일에 대한 질문만 쓸 수 있고, 답은 블랙북이 준다 4. 질문은 하루에 한 개만 쓸 수 있다 5. 블랙북의 답은 언제나 진실이다 .6. 내일이 되면 전날 썼던 페이지는 사라진다 7. 남은 페이지 수는 올해의 남은 날짜 수와 일치한다. 8. 블랙북은 불에 타지 않고,
이런 책이 어쩌다 내 손에 들어왔을까. 내일의 일만 예지해 주는 건 아쉽지만 요긴하게 쓸 방법이 있을 것이다.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소중히 간직해야 한다. 재승은 문득 검은 책에게 이름을 붙여 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신비의 책? 유치하다. 미래 예지의 책? 중2병스럽다. 지금까지 불렀던 대로 검은 책이라고 할까, 그건 좀 심심한데.오늘부터 이 책 이름은 ‘블랙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