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더 이상 재능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는다. 재능의 확신이란 얼마나 덧없는 것인가. 타인의 인정이 주는 달콤함과 비교나 인정 욕구에 휘둘리는 것도 고단하게만 여겨진다. 저술업의 세계에 있기 마련인 경쟁과 질시, 상대적인 초라함과 자괴감, 책을 둘러싼 '산업'의 민낯이 가끔은 속을 시끄럽 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하는 동안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순간들을 자주
현재 나의 결코 매력적이지 않은 어정쩡한 중년의 나이 나, 괴팍하고 퉁명스러운 성격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대체로 내게 호의를 보여준다. 솔직히 그들이 친절하게 대해주고 관심을 두는 게다 작가라는 직업이 가지는 고유한 아우라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속세와 거리를 두고 사는 것 같은 낭만성과 더불어 사람들이 마음 깊숙이 숨겨둔 어떤 결핍이나 갈망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는 탓
아이를 키우면서 글을 쓰는 일이란 정녕 어떤 것일까. 각설하고, 작가 레이먼드 카버Raymond Carver 의 산문집 《내가 필 요하면 전화해Call If You Need Me》에 나왔던 육아에 대한이문 장이 가장 솔직하고 현실적일 것이다. "오직 부모만이 느낄 수 있는 성숙한 기쁨과 만족감이 있었 다. 하지만 그 시절로 돌아가느니 차라리 독약을 먹겠다." #리딩스타트
아이가 청소년이 된 이후로는 작업 시간을 확보하기가 좀 나아졌지만, 그래도 해야 할 기본적인 책무는 여전히 남 아 있다. 종일 작업을 하다가 머릿속이 아직 원고에서 빠져나 오지 못한 날은 식탁에 가족들 저녁을 차린 다음 혼자 뷔페 처럼 큰 접시에 밥과 반찬을 덜어 거실로 간다. 몸에 힘이 없 고 머리는 뜨거워 가족들과 얼굴 맞대고 대화를 나눌 힘이 없어서다. "난 소파에서 좀
수정은 글 쓰는 사람에게 있어서 수련이고이 업이 자못 수도승의 삶과 비슷하다는 것을깨우치게 해준다.모든 원고는 어떤 형식으로라도 각각에 필요한 양만큼의 수정을 거쳐야만 세상의 빛을 본다. 그 유난하고 지난한 과정을 곁에서 말없이 지켜봐주는 가장 지혜로운 파트너는 자연이다. 나의 과부화된 뇌와 쫓기는 마음은 숲을 산책하는 동안 자연의 순리에 따라 겨우 본연의 속도와 호
한 작가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는 일은 그의 문체를 사랑하는 일이다. 고유한 문체를 가진 작가들의 호흡, 기질, 정신, 습도, 속 도 같은 것들이 인장처럼 촘촘히 박혀 있는 페이지들을 넘길 때, 거기에는 무척 특별하고 매력적인 사람과 인생이라는 여정을 함께하는 기쁨이 있다. 작품에 스며든 작가의 세계관과 가치관은 내 마음과 생각을 대변해주는 것만 같다. 그의 모든 작품 중 몇
글을 꾸준히 쓰는 사람은 자기통제의 습관이 몸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그 경지까지 가려면 글 쓰는 일 자체를 '정말 로' 좋아해야 한다. 시간적 여유는 있지만 글을 쓰기가 어렵 다면 글 쓰는 일을 좋아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의외로 글쓰기 작업보다 결과물이나 성취 혹은 어떤 대외적 명분을 바라는 것일 수도 있다. 글을 쓰는 일은 초고를 쓰고, 자료 조사를 하고,
책 작업을 하는 동안에는 만나는 사람을 까다롭게 가린다. 특히 나의 영혼을 상하게 할 것 같은 사람들과 거리를 둔다. 직관적으로 거슬리는 사람은 무조건 피한다. 그들은 꼬이거나 탁하거나 질투하거나 욕망이 이글이글하거나 지금 너무 복잡한 사람들이다. 다시 말해 나에게 감정 노동을 시키거나 가면을 쓰게 만드는 사람은 곤란하다. 이렇게 저렇게 까다롭게 따지다 보면 결국 원고
가수 밥 딜런도, 만화가 아오키도, 그리고 글을 쓰는 나 도 세상의 온갖 잡음 속에 자아가 흔들리고 불안해질 때에 야 우리가 돌아갈 유일한 장소를 자각했다. 밥 딜런은 기타 를 들고 곡을 썼고, 아오키는 만화를 그렸고, 나는 책상 앞 에 앉아 글을 썼다. 창작 작업에 수반되는 모든 부속적인 일 들-자기 의심, 비즈니스의 세계, 유명세를 치르는 일, 변해가 는 주변의 인간관계-을 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