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데리고 집에 돌아와 한참을 혼자 울고서, 나는 화가 났다. 자기연민이 지긋지긋해졌다. 나는 내 모든 결함의 귀책사유로 생의 유일한 불우인 어린 시절을 자꾸 소환하려 하고 있으며, 이는 추악하기 짝이 없는 행태다. 행복한 유년기를 보내는 내 자식들을 보면서 어렸던 내가 유령처럼 출몰할 때, 아이들을 향한 지독한 사랑과 자기연민으로 인한 기묘한 질투가 동시에 솟구칠
너무 많은 사랑은 범죄고, 나는 내가 저지른 범죄의 희생자다. 정량의 사랑만을 줄 것을, 너무 많은 사랑을 주었다. 내가 갖고 싶었지만 갖지 못했던 것을 너에게 모두 주고 싶었다. 혼자 알아서 크는 건 너무 서러운 일이니까, 엄마가 잘 키워주고 싶었다. 나의 결핍은 너의 결핍이 아니라는 걸 모른 채, 원치도 않는 걸 마구 주었다. 원하는 것 같은 기색만 비쳐도 얼른 구해다 대령했
나이 때 애들은 다 그렇다고, 시간 지나면 원래 아이로 돌아온다고 선배와 친구들이 달래주었다. 전두엽 대공사 중인데 무슨 생각이라는 게 있겠냐고, 그러려니 내버려두라고 했다. 그렇지만, 전두엽 너만 없니? 나도 왕년에 전두엽 없었거든. 전두엽 없었어도 나 공부시키겠다고 고생하는 엄마가 가여워서, 나 말고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엄마의 보석이 되고 싶어서 열심히 살았거든.
나의 이름을 조용히 부르며 그때의 어린 나를 나는 위로했다. 이제 됐다고, 넌 잘해왔다고, 이제 너의 삶에도 아름다움이 깃들었다고. 그리고 영원히 떨치지 못할 이 자기연민으로 무엇을 할까 생각해봤다. 나는 나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내가 가엾다. 이 감정을 소거할 수 있는 방법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연민의 에너지를 다른 방식으로 사용할 수는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