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아빠도 떠날 것이다. 나도 물론 언제까지나 이 세상에 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중하게 여기던 것을 남기고, 그것을 새로운 방식으로 사용하고, 생명이 다할 때까지 그 맥이 이어지고. 어쩌면 그 일부를 내 아이나, 또 그 아이가 사용하고. 내게 아이가 없더라도 필요한 누군가가 사용하고. 되살릴 수 없으리만큼 망가지거나 썩을 때까지 정성껏 손질해서
내 나머지 부분은 내일 비행기를 타고 일본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다시 살아간다. 세포가 분열되어 새로운 피부를 만들듯이 '지금'이 늘어 간다. '지금'이 점점 갱신된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 우주의 섭리. 언젠가 내가 사라질 때까지 끊임없는 변화의 흐름. 살아 있는 사람을 치유하고, 죽은 사람을 하늘과 땅으로 돌려보내는 절대적인 법칙.
누군가가 인정해 주면, 그 누군가가 만나지 않은 아빠더라도, 낯선 나라의 낯선 사람이더라도 우리는 함께 있어도 좋다는 자신감을 키워 나갈 수 있다. 그리고 이 차가운 공기는 일본의 봄과 한 하늘로 이어져 있다. 지구는 둥그렇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이쪽 세계도 저쪽 세계도, 다른 사람과 엄마들의 감상도 모두 이어져 있다. 잘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사람은 이런 기후에도 살 수 있게 조심하고 지혜를 모으고 힘내 살아 왔으니까 괜찮다. 조심하면 이런 온도에서도 살 수 있단다. 마치 매일이 당연하듯 있는 것처럼. 대비하면 돼. 그것이 인간의 힘이야." 그것과 마찬가지. 목숨을 빼앗길 만한 요소가 수도 없이 많은 커플이라도 불행에 대비하는 마음자세가 있으면 여전히 함께할 수 있다. 길을 찾을 수 있다. 거의
"참, 동생 사진 찾았는데 볼래?" "왜 지금 이런 데서?" "얼마 전에 정리하러 집에 들렀어. 동생 사진을 다 처분했다 여겼는데 내 방에서 한 장 나왔어. 지금 보여 주지 않으면 또 잊을 것 같아서." 소토야마 씨가 가방에서 부스럭거리며 수첩을 꺼냈다. 나는 그 슈퍼마켓에서 사려던 싼 장갑을 고르다 말았다. 관련성을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얘기를 듣고서 불현
일어났다가 잠들 때까지 불안 한 점 없는 그런 여행을 그립게 떠올린다. 그때 세상은 평화롭고 폭풍우도 죽음도 없었으니 나는 어린아이일 수 있었다. 아빠가 떠난 후 나는 완벽한 그런 한때가 있듯이 아주 반대로 불안밖에 없는 나날도 있다는 것을, 그런 날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밀려가는 게 인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엄마의 죽음을 최대의 불행이라 여기고
그때 멀어지는 택시를 보면서 불안감 같은 것과 함께 불어온 달콤한 바람을 기억한다. 나는 지금 정말 맨손인데 갈곳이 있는 척, 할 일이 있는 척 하고 있을 뿐이다. 이날이 올까봐 줄곧 두려웠다. 두렵고 무서워서 잠들지 못한 밤도 많았다. 그런데 적장 닥치고 보니 자신이 안이 들여다보일 듯 얇게 느껴질 뿐 무섭지도 슬프지도 않다. 잃을 것이 더는 없어서 오히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으니까 움직이기 쉽게 정리하는 거야." 엄마는 그렇게 늘 친절한 거짓말을 했지만, 정리하면서 과거를 그리워하고 하나하나 추억을 품에 껴안는 것처럼 진지한 눈길이었기에 금방 알 수 있었다. "치즈, 네가 있어서 엄마 인생도 있었던 거야. 너는 엄마 인생의 전부였어. 이렇게 말하면 네게는 무거울지 모르지만, 그날 엄마 몸에서 태어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