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부름에 대답하려는 것이 아니라, 결코 대답하지 않겠다는 저항인 듯 영혜는 고개를 외튼다. 그녀는 떨리는 손을 뻗었다가 이내 거둔다. 그녀는 입술을 악문다. 불현듯 그날 새벽 걸어내려오던 산길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샌들을 적신 이슬이 맨발에 차갑게 스몄었다. 그녀는 눈물 따위 흘리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너덜너덜한 몸뚱이를 적시는, 바싹 마른
자신의 목소리에 놀라 그녀는 두 눈을 홉뜨고 황황히 좌우를 살핀다. 그녀는 설명할 수 없다. 어떻게 자신이 그렇듯 쉽게 아이를 버리려 할 수 있었는지. 자신에게도 납득시킬 수 없을 잔인한 무책임의 죄였으므로, 누군가에게 고백할 수도, 용서를 구할 수도 없다. 다만 소름끼칠 만큼 담담한 진실의 감각으로 느낄 뿐이다. 그와 영혜가 그렇게 경계를 뚫고 달려나가지 않았다면, 모
산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그 웃음의 끝에 그녀는 생각한다. 어떤 일이 지나간 뒤에라도, 그토록 끔찍한 일들을 겪은 뒤에도 사람은 먹고 마시고, 용변을 보고, 몸을 씻고 살아간다. 때로는 소리내어 웃기까지 한다. 아마 그도 지금 그렇게 살아가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 때, 잊혀졌던 연민이 마치 졸음처럼 쓸쓸히 불러일으켜 지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의 단내 나는 작은